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4파전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3선 중진인 유의동 의원이 20일 4번째로 출마선언을 하면서 앞서 김태흠(3선), 김기현(4선), 권성동(4선) 의원과 원내사령탑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원내대표 경선주자 4인은 저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여(對與)투쟁의 선명성, 대선 플랫폼 구축을 위한 확장성을 내세우며 타 주자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경선주자들이 대부분 유력한 잠재적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계'로 꼽히는 유의동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을 앞둔 원내대표의 제1 전략은 대선 승리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세대확장, 지역확장, 가치확장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물로 상징적인 교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쇄신의 강력한 의지를 표출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특히 수도권에 집중했다. 그는 "여당은 원내대표와 당대표 후보 세명 모두 6수도권인 만큼 우리 당도 수도권 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과 확장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다. 지난 18일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김태흠 의원은 "우리 당과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 우리 당이 정권교체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고, 같은 날 김기현 의원도 "'통합형 서번트 리더십'으로 국민의힘을 중심축으로 한 야권통합의 사명을 이뤄내다"고 선언했다. 권성동 의원은 19일 출마 회견에서 "우리 당을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며 "지금 거론되는 당내외 대선후보들과 저는 어느 하나 편중됨이 없이 두루 친분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자들 사이에서는 차기 당권경쟁까지 염두에 둔 듯 '비(非)영남'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울산 출신 김기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비영남권 후보들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 텃밭인 영남권을 넘어 전국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 친박(親박근혜)계로 분류됐던 김태흠 의원은 '충청 캐스팅보트론'을 내세워 "지도부가 영남 출신 이색이면 '영남당'이라 얘기할 빌미를 줄 것"이라고 차별화를 꾀했다. 권성동 의원은 "인구로 볼 때 가장 비주류인 강원 출신이 당선되면 당의 포용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박(非朴)계 출신이자 강원도 정치인으로서 비주류 이미지를 거듭 구축한 셈이다. '
반면 김기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주요 지지층이 영남에 많이 계신데 영남이 무슨 죄를 지었나. 전국 정당화를 하더라도 베이스 캠프가 있어야 한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특히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전략적 요충지였고, 지난 20대 국회 때 원내대표가 전부 수도권 출신으로 뽑혔지만 21대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내세웠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달 2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현행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동시선출 제도를 개편하는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마친 뒤, 조기 사퇴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후임을 뽑기 위한 선거일을 공고할 예정이다. 원내대표 경선은 이르면 26일 진행될 전망이다.
한기호기자 hkh89@
(왼쪽부터·가나다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 도전장을 낸 강원 강릉시 4선 권성동 의원, 울산 남구을 4선 김기현 의원, 충남 보령시서천군 3선 김태흠 의원, 경기 평택시을 유의동 의원.[사진=각 국회의원 페이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