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대기업 옛날식으로 재단 그만… 글로벌 수준으로 보고 대접해야"

삼성·현대, 구글 애플과 동급으로 봐야 하는데 여전히 국내기업으로만 생각
彼我 구분으로 과거식 재벌 때리기만 매몰… 규제혁파하고 사회기여 유도를
尹총장 야권에 새 희망 준것 맞아…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보수가치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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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대기업 옛날식으로 재단 그만… 글로벌 수준으로 보고 대접해야"
강원택 서울대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강원택 교수는 한국정치의 대립구도는 적대적 양당 공존 형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피아가 선명히 구별되는 상태서 정치적 타협 여지는 좁을 수밖에 없고 서로가 서로를 비판하며 또 서로 배우는 구조라고 했다. 이같은 양분 구조는 문재인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청와대의 운동권적 시각이 경제, 기업 정책을 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시켜 경제와 기업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좋든 싫든 우리가 지금 대기업 때문에 먹고 살고 있는데, 끊임없이 대기업을 통제하려고 한다"며 "이 역시 지난 역사의 반(反)재벌 의식을 이용한 피아 구별식 '치세술'"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력 풀이 너무 협소한 거 아닌가요.

"인력풀이 한정적이니 청와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일선 부서 공무원들은 다 알고 있단 말이에요. 보고서 올리라고 하면 거기에 맞게 올라가는 겁니다. 면피를 해야 되니까 마지막에 '이런 것도 조심해야 될 것으로 우려됨'이라는 식으로 덧붙여서요. 그러니 대통령이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다. 전체 시스템이 지금 그렇게 작동하고 있어서 위험해 보인다는 거지요."

-지난 25번의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인 케이스인 거 같은데요.

"게다가 피아를 구분하잖아요. '공급을 더 늘려야 합니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면, '저거 대기업 쪽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저거 대기업 건설사 변호하는 겁니다.' 이러면 그 다음부터 논의가 안 되는 거지요. 그건 '저들의 생각'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선하고 옳은 사람들인데, 여기에 어떻게 감히 저들의 생각을 집어넣으려고 해.' 이런 식이 돼버리는 겁니다. 청와대, 정부, 국회 구성은 다양성이 전제가 돼야 하는 겁니다. 자본주의 자유민주체제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것은 경쟁과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거잖아요. 그게 우리 사회의 강점인데, 정작 통치구조를 보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그 주변의 사람들이 한 가지 생각으로 뭉쳐 있다는 겁니다. 위험한 거죠. 박근혜 정부 때도 폐쇄적이었지만 밑에는 그래도 좀 달랐어요. 지금은 청와대부터 밑에까지 정말 일색이잖아요."

-현 정권의 주도세력이 소위 '87체제'를 가져온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다보니 그런 성격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답답한 것 중 하나가 87년의 한국과 2020년대 한국의 차이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 사이에 나라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복잡해졌는데. 그때 논의했던 문제들, 예를 들어 복지문제만 하더라도 그 당시에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논의했다면 그 시절에 맞았던 조건 속에서 이뤄졌던 것들이고 그것을 똑같이 지금 우리 체제에서 적용을 하려면 변화된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는 거지요."

-복지, 노동, 기업정책이 다 그렇습니다.

"가령, 삼성이나 SK가 당시에는 국내에서 컸지 세계에서는 안 그랬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기업이 됐잖아요. 그렇다면 삼성이나 현대, LG, SK 같은 큰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보고 대접을 해야 되거든요. 구글, 애플과 같이 봐야 하는데, 여전히 그저 한국에 있는 기업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옛날식으로 재단하고 봐요. 물론 대기업 그룹들이 잘못한 점도 있지만, 양면을 다 봐야 하는 측면이 있는 거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우리 기업들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규제를 혁파하고 이런 게 있어야지요. 그래야 사회적 기여도 유도할 수 있는 거고요. 그런데 과거식 재벌 구조, 일부의 적개심과 시기심 등을 갖고 절묘하게 통제하는 거죠. 그래서 이재용도 걸리는 거고 나쁜 놈이 되는 겁니다. 계속 피아를 나누는 거예요."

-그래서 집권세력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요.

"포퓰리즘을 언론에서는 돈 퍼주기로 많이 얘기하는데, 사실 포퓰리즘의 핵심은 소수의 사악하고 욕심 많은 엘리트와 순수한 대중으로 나누는 거예요. 갈라치는 거지요. 그 대상을 계속 찾아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도 처음부터 공급을 늘려서 집 없는 사람이나 청년들이 적절한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문제가 없었겠죠. 그런데 강남의 집값에서 부동산정책이 시작됐거든요. 강남의 집을 갖고 있는 소수의 '나쁜 사람들'과 그 밖의 다수 사람들을 나눠놓고 거기서부터 출발을 하는 거죠. 계속해서 그런 존재를 찾아내고 있는 거예요. 대기업 같은 경우도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실제로는 우리가 지금 대기업 때문에 먹고 살고 있는데 말이죠. 수출 안 되면 하루아침에 거덜나는 나라가 대기업에 대해서 균형 있는 생각을 않는 거예요. 이런 포퓰리즘이 곳곳에 있어요."

-그것을 막아낼 보수는 이렇다 할 방책을 못 내놓고 있어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무언가 대안이 보수에게 있어야 하는데 없는 거죠. 대기업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거죠. 그냥 친기업이 아니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 고민을 하는 보수는 안 보이고 눈에 보이는 보수는 아스팔트 태극기 보수나 옛날식 이념만 고집하는 보수니까 안 먹히는 겁니다. 지금은 주류 보수가 과감하게 선긋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중도를 껴안을 수 있는, 그 사람들의 정치적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요."

-보수는 제도 개혁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면이 있잖아요. 지난 선거법 개정에서도 끌려 다니다가 결국 소수당으로 전락했거든요.

"제도개혁과 관련해서도 보수 정당이 고민을 해야 될 거 같아요. 선거제도 개혁하자고 하면 거세게 반대하고 그랬는데, 자신들이 제일 힘이 센 줄 알았거든요. 양보하지 않으려다 보니 그런 겁니다. 지금 보니까 아니잖아요. 진작 비례대표제 강화된 거 받았으면 지금 이 꼴까지는 안 왔을 거란 말이죠. 큰 틀에서 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것만 지키겠다고 하다가 이렇게 망한 거지요."

-교수님은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해야 합니다. 그걸 제일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주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거든요. 아까도 말씀했지만 내 가게, 구멍가게만 잘 돌아가면 되는 거예요. 저는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고 다수당제의 타협 정치가 바람직하다고 봐요."

-앞으로 좀 더 강하게 주장을 하셔야겠어요.

"저는 대통령제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권력을 잡는다고 해서 나라 전체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다 영향을 받는 이런 시스템은 사실 문제가 심각한 거지요. 다음에 누가 잡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과 같은 제도에서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제가 보기에 '저 사람들 죽이겠다'는 생각밖에 없을 것 같은데, 똑같은 일이 일어나겠지요. 그런 폐단이 있어요. 단임을 하다보니까 정책의 연속성도 없고요."

-전 정부 것을 뒤집는 건 정책적 낭비 같은데요.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임 정부에서 했던 일은 다 뒤집는 일이잖아요. 그게 같은 정당에서도 그래요.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얼마 안 있어 얼마 안 있어서 정부에 회의가 있어서 갔는데 저는 깜짝 놀랐어요. '녹색'이란 단어가 다 사라진 거예요. 창조경제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투자를 많이 해놓은 분야도 있을 거 아니에요? 이름을 바꾸더라도 정책의 연속성을 갖췄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성과로 남았을 거라고 봐요. 국가의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돼 있어서 매일 매일 하루 하루 먹고 사는 형태가 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처럼 대통령제의 단점이 크게 부각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민주당이 예산 늘려서 재난지원금 막 퍼주고 하더라도 자기들 책임은 없어요. 그거 다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에요. 그러나 만약 내각제가 돼서 어느 국회의원이 기재부장관 직을 맡고 있다면 그 사람한테 돈 더 내놓으라고 하면 자기도 나중에 총리도 해야 할 텐데, 막 퍼줄 수 있겠어요? 절대 그렇게 못해요. 실질적으로 권한을 주고 권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니까 정치인들이 함부로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정책을 중심으로 싸움이 일어나는 거고요."

-아까도 말씀하신 대통령 1인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돼서 발생하는 현상인가요.

"지금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여야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삿대질만 하지 정책적인 대안을 놓고 무슨 결론을 낼 수가 없어요. 여당은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책임은 다 대통령이 지는 겁니다. 여러 가지 점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반인들이 좀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쓰려고 해요."

강 교수는 지금껏 많은 저서를 냈지만, 흔히 말하는 소프트한 정치얘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대중서는 없었다. 2019년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2020년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의 역사' 정도를 대중서로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정치과정의 학술적 접근을 바탕에 깔고 있다. 강 교수는 국민들이 한국정치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일반인들이 쉽게 한국정치 현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는 어떻게 살아 남았나'는 시의적절한 때에 내놓으신 것 같아요.

"국회의원들을 보면 한 70%는 괜찮아요. 역량 있는 분들이 많고 자기 영역에서 나름대로 경험도 있는 분들도 많아요. 물론 엉터리도 있지만요. 만약 내각제에서 총리를 할 만한 사람을 꼽는다면, 그런 사람도 많아요. 여야를 막론하고요. 그 분들이 집단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제 하에서는 그 분들이 크게 할 일이 없어요, 사실."

-1960년에 1년 정도 내각제의 추억이 있는데, 굉장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거든요.

"만약 그때 내각제가 이어졌다면 보수양당제가 됐겠지요, 민주당하고 신민당으로. 그리고 박정희가 쿠데타를 정당화해야 하니까 내각제를 폄하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런데 내각제가 약하지 않은 것이, 대처가 영국 총리를 할 때 포클랜드 전쟁도 했었고 국가위기설에서도 강력한 개혁을 했거든요. 2차 대전 때도 처칠이 리더십을 발휘했어요. 국가위기와 리더십을 내각제와 연관시켜 약하다고 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베도 얼마 전까지 얼마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나요. 그러나 당수, 당 대표가 신임을 잃으면 언제든지 총리가 바뀌는 겁니다. 권력의 교체가 원활하고 쉽지요. 반면 대통령제는 리더십이 잘못 되도 임기 동안 바꿀 수 없잖아요.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 때도 한 때 그랬잖아요. '역사와 대화하고 역사를 생각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미치는 거지요.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 안 하고 역사와 대화를 시작하면.(웃음)"

-대통령 탄핵도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탄핵을 쉽게 보는데,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국민들은 여차하면 잘못한 것을 꼬투리 잡아 내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분개심을 제도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라고 생각해요. 민간부문의 이 넘치는 힘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흐를 수 있게 하느냐가 한국 정치제도의 숙제라고 봐요. 60, 70, 80년대와 달리 지금은 국가보다 민간 부문의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훨씬 풍부하고 거대하거든요. 국가가 모든 부분을 다 끌고 가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다양하고 커졌거든요. 대통령제는 그런 고정관념에 연결돼 있는 거예요. 부동산도 마찬가집니다.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가부장적 리더십에서 국가가 개입해서 풀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정책을 마구 쏟아내 실패한 거거든요."



-개헌은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 해야 하나요 또 할 수 있나요?

"다음 대통령이 약속을 하고 지켜주면 좋겠는데요, 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요. 개헌안 만들어서 냈는데 왜 안 지켰다고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집권 초에 개헌과 같이 예민한 사안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세력들의 의견을 모아서 만든 초안을 가지고 그것도 국회에 보낼 때 법무장관이나 총리도 아니고 대통령의 비서(당시 조국 민정수석)가 읽었단 말이에요. 당연히 야당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거지요. 진정성이 없었던 거고요. 그러고 나니까 개헌은 물 건너 간 거지요. 당시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누가 후보가 되든 여야 다 같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공약을 해야 된다고 봐요. 정 내 임기 때 하기 귀찮으면 내 임기 후에 한 번 더 뽑고 10년 뒤에는 반드시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수님은 한국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현재와 같은 정치시스템은 안 맞다고 단정하시는 거죠?

"한국이 지금까지는 민주화와 경제선진화도 이루면서 잘 왔는데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정치시스템이 부담이 될 거 같은 거예요. 발목을 잡기 시작하는 상황이 된 거 같아요. 각 부문의 자율성, 지방정부 활성화, 분권화 형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통령제에 대해 속상하신 분들이 워낙 많고 바꾸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아서 같이 얘기를 하고 있어요. 논의가 활성화되면 디지털타임스에도 여론화를 부탁드릴게요."

-지방 분권화도 제도 개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요.

"특히 중앙정부에서 묶어놓고 있는 규제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대학들을 통제하는 방식이 전부 동일하거든요. 그런데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거든요. 지역 대학 수준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할 수 있는 재량이 주어지면 저마다 무언가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겠지요. 저는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심플한 길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처럼 각 지방에 우수한 고등학교를 만드는 거예요. 하나씩만 만들어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 동네 가서 살려고 할 거예요. 집값도 싸고 바다고 있고 산도 있고 살기 좋은데 왜 서울로 오겠어요?"

-탁견인 거 같습니다. 서울 집중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교육이잖아요.

"기계적인 평등이나 관료제에서 나오는 타성적 규제 등이 문제인 거 같아요. 지방에 좋은 고등학교를 만들면 거기 학생들이 서울로만 오는 건 아니거든요. 그 지역의 대학에 가면 지역 대학도 좋아지거든요. 그러면 지역 연계 발전을 도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나올 수 있는 거고요. 그러려면 지방에 권한을 많이 이양해야 합니다. 단, 권한에 따르는 책임도 엄격히 물어야 하고요."

-그럴 기회가 과거에 없었던 건 아닌데요. 왜 못 한 겁니까.

"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시대적으로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식이었다고 봐요. 우리 사회가 격렬한 방법으로 박정희 시대와 결별을 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똑같은 형태의 시스템으로 똑같이 정치를 하는 겁니다. 싸우면서 배운다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서울시장 후보들을 보면서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인물은 의구(依舊)하다'고 하셨는데요, 우리나라 정치판에 신인 등용이 참 어렵지 않습니까.

"공천 관련 부분이 바뀔 필요가 있어요. 지구당도 부활해야 하고요. 지구당이 있었으면 광주 같은데 인기 없더라도 누군가는 뛰어다닐 거 아니에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지역 문제들이 나오면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할 거란 말이에요. 국민의힘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저렇게 되니까 사실 지역주의를 더 공고히 하는 거죠. 국민의힘은 호남에 지구당이 없고 TK(대구경북)에서도 좀 알려진 민주당 사람이나 움직이지 대부분 잘 안 되는 거거든요. 당과 무관한 사람들이 공천심사를 하는 것도 사실 문제가 있어요. 특히 여론조사로 뽑아버리면 정말 지역에서 열심히 뛰어다녔던 사람은 가능성이 없는 거죠."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못한 것도 문제인데요.

"저는 촛불 집회에 나왔던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가 세대교체라고 생각을 해요. 젊은 세대들이 이번 선거(4·15총선) 때 많이 들어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국민의힘이 오히려 민주당보다도 못했어요. 젊은 친구들을 접해보면 옛날처럼 다 진보는 아니에요. 보수적인 생각을 내세우는 친구들도 많아졌어요. 그와 같은 면을 어떻게 잘 키우고 끌어들일 것이냐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데, 당내 청년당 만든다고 하지만 조직적인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여야 할 거 없이 세대교체 하고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는 20·30대 목소리가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돼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보수정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거 같아요."

-국민들도 세대, 연령, 지역, 이념에 따라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참 걱정스러운 부분인데요. 쭉 말씀드렸다시피 그것도 대통령제와 관련이 있다고 봐요. 우리 편을 당선시켜야 하는데, 당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둘로 쪼개는 것이 가장 쉽거든요. 저는 대통령제 하에서는 권력의 공유가 불가능하다고 봐요. 내각제에서는 상대방도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올 수 있죠.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아요. 이쪽에서는 배신자가 되는 거지요. 또 하나는 정당이 지금처럼 완벽한 양당의 구도로 가고 있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거든요. 우리 정치에서는 별로 없었던 일이에요."

-옳고 그름 판단은 진영을 떠나 해야 하는데, 내 편에 대해서는 잘못해도 비판을 않습니다.

"지난 학기에 한 여학생이 질문하면서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반대한다고. 그래서 저도 공감한다고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학생이 그런 얘기를 친구들 사이에서 하면, 너 국민의힘 편 아니냐고 하지 않느냐고요.' 그 친구도 웃으면서 사실 그런 얘기를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올바른 얘기를 해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들어요.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정당이 더 있으면 좋겠어요. 3~4개 있으면 '나는 저들과 생각이 달라'라고 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둘로 쪼개져 있으니까, 어느 한쪽에 속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한쪽은 모든 걸 다 누리려고 하고 다른 한쪽은 그걸 엎어버리고 싶어 하고요.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예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 되는 겁니다."

-시민적 각성도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다름에 대한 인정이라든지 하는 시민교육도 중요하고 강조돼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 같고요. 제도적으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권력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두 개 정당이 사실상 정치적 대표성을 독점하고 있는 이 구도를 깨야 다양성 유지와 양극화 해소가 될 거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년여 밖에 안 남은 상태서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레임덕도 예상됩니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겠습니까.

"정말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당히 정치력이 있던 분이었어요. 본인이 판단하고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가졌어요. 문 대통령은 그런 리더십을 갖고 있는 분은 아닌 거 같아요. 가덕도에 간 것도 떠밀려 갔다 해도 문제입니다. 고민이 많을 거라 봐요. 뭐가 유산으로 남을까요. 레거시(유산)가 보이지 않아요. 노무현은 한미FTA를 했거든요. 그럼 문재인은 뭐했어? 적폐밖에 없어요. 결국은 사람 집어넣고 세상 갈라놓은 것밖에 없거든요. 국회는 다수의석을 갖고 있고 얼마 전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고 야당은 무기력한 상태인데, 다시 말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무얼 한다고 되겠어요?"

-대통령 개인의 불행이자 대한민국의 불운인 것 같아요.

"한 2년 전 그 동네 분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남는 게 없다. 제도개혁을 해라'고요. '적폐라는 게 결국은 또 생겨나는 건데, 그게 청산이 되냐, 당신들도 적폐인데.' 새로운 형태의 적폐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시스템을 바꿔야 뒤에 유산으로 남지, 지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랬습니다. 이젠 기대도 사라졌어요. 차라리 지금은 무얼 하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현실정치계로부터 정치를 직접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받았을 텐데요.

"받았죠. 별로 부럽지 않더라고요. 이쪽저쪽에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번 정부는 선거 때 연락을 받았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할 때 당내 무슨 공천 관련 시스템을 만든다고 김기식 실장이 전화를 해왔어요. 당 관련 일 안 하는 걸 알면서 왜 전화했냐고 안 한다고 했어요. 끊었는데 조금 있다 또 전화가 왔어요. 문재인 대표더라고요. 저는 당과 관련한 일은 안 한다고 했지요. 저는 현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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