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주택정책 시장 진단부터 문제… `부동산의 화폐화`현상 일어나"

한국, 민간이 안 쓰는 나라… 이론적으론 정부가 대신 써 주는 것이 크게 부담 안돼
손실보상, 법으로 만든다고 할 땐 '할 수 있다' 정도의 근거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
기업이 혁신하려면 올바른 인센티브 주는 것이 매우 중요…국가가 그런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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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주택정책 시장 진단부터 문제… `부동산의 화폐화`현상 일어나"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가 재정을 얼마만큼 확대할 수 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재정여력(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기준)이 크므로 과감한 국가 역할을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한국의 재정부양책 규모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3.5%로 G20 국가 중 17위에 그친다는 분석도 내놨었다. 반면 완전개방경제국가인 비기축통화국가인 나라에서 정부가 빚을 내며 돈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막아선다.

이런 와중에 1월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외국 빚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라고 주장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지사는 그 주장이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의 교수의 신문 칼럼에서 인용한 것이라며 기재부와 야당 등에 반박할 수 있으면 반박해 보라고 으름장을 놨다.

본의 아니게 하 교수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 주장의 속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일 한양대 연구실을 찾아 하 교수로부터 과연 현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 어디까지이고 재정건전성의 척도가 무언지 물었다. 경제성장과 기업 혁신 생태계 연구의 권위자인 하 교수는 국가 재정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논지를 폈다.

하 교수의 일성은 "한국의 국가재정여력은 충분하며 정부 역할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강력한 단서를 붙였다. 확대재정은 단순 수치 이전에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금리 환율 물가를 살피면서 재정 투입 이후 경제가 회복된 후 회수(재정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다. 도그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빚을 통한 재정확대는 내핍된 민간의 여분만큼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빚은 민간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여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 문제와 더불어 부동산 정책의 실패원인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들을 수 있었다.

하 교수는 4일 정부가 내놓은 2·4 주택공급대책에 대해선 "무엇보다 신속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했다. 공매도 1.5개월 연장에 대해선 궁여지책 성격이 짙지만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교수님의 언론 칼럼을 인용하며 더 강력한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재정건전성 수치라는 데에 사람들이 너무 얽매어있는 게 아닌가, 이 도그마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좀 문제제기를 해보고 그 다음에 그것을 깨보자는 생각에서 썼던 거고요. 이재명 지사의 입장은 본인은 국민들한테 소득지원을 해주고 싶은데 기재부에서 너무 재정건전성에 얽매여서 못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고, 그런 면에선 제가 칼럼에서 쓴 것과 비슷한 면이 있죠."

-우리 사회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 같은 게 있다고 보십니까.

"도그마 때문에 못 하는 것은 분명히 있거든요. 예전에 2차 대전 이후 대공황의 영향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대공황 때 세계경제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금본위제라는 거였거든요. 금이라는 거에 대한 어떤 집착, 뭐라 할까요, 과감한 통화재정정책을 펼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어요. 또 리더십의 측면에서 미국이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면서 세계경제를 조율해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했거든요.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정부가 그런 리더십을 발휘해주고 기존의 도그마를 깨서 국민들한테 희망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재명 지사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어려울 때 정부 빚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건가요.

-"빚 안 지고 자기 수입 내에서 살아가면 좋지만, 빚을 지는 것은 사회의 돈 흐름이 편중돼 있어서거든요. 한쪽에서는 돈이 쌓이고 또 한쪽에서는 모자라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빌려올 수밖에 없어요. 가령, 가계가 직접 빌리면 가계부채가 되는 거고 기업이 빌리면 기업부채가 되는 거거든요. 가계가 돈을 빌릴 때 신용도가 높고 직장이 좋은 데 다니는 분들은 쉽게 싼 금리로 빌려요. 자원의 혜택을 신용도 높은 분들은 누리는데, 신용도 안 좋은 분들은 누리지 못하고 고금리를 지불해야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국가가 대신 빌려서 대출을 하는 방안이에요. 일종의 공동구매 비슷한 거지요. 개별적으로 빌리면 비싼데, 모여서 같이 빌리면 싸잖아요. 국가가 그 역할을 해줘서 그 돈을 갖고 생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쌓아가지고 궁극적으로 자기 수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보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고, 그러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더 낳고 그러지 않겠어요?"

-교수님은 효율적 정부 역할을 강조해온 경제학자로 알려졌는데요.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곳(브라운대)에 케인지언들이 많았어요. 제가 전공한 것은 경제성장이론이고 슘페테리언 이론이었거든요. 슘페테리언이라는 것은 창조적 파괴라고 해서 자본주의 경제가 굴러가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기업들의 혁신, 기업가정신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다 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슘페테리언 이론에서 중요한 것이, 기업들의 혁신이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인센티브나 제도에 의해서 기업들이 무언가 이윤추구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혁신이라고 보는 거거든요. 그래서 기업들한테 올바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국가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슘페테리언에게도 정부 역할은 중요한 거겠네요.

"슘페터리언에게도 기업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정부가 올바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하고 제도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도 국가 역할을 많이 강조하는 거지요. 케인지언이 좀 단기적인 면을 많이 보고 슘페테리언은 장기적인 면을 많이 보는데, 공통점을 찾는다면 시장이라는 게 내버려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잘 만들어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시각에서 정부 역할에 관심을 많이 갖고 연구 분석도 그런 분야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견해 중 "외국에서 빚을 내지 않는 한 정부적자는 민간의 흑자이고 민간의 자산"이란 대목도 있는데요.

"몇 가지 차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하나는 거시경제학의 항등식인데요,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이 수요를 이루잖아요. 그 다음에 생산이라는 게 있고요. 수요가 생산을 초과하면 외국 것을 갖다가 써야 돼요. 경상수지 적자가 나지요.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가 난다는 거는 국내수요가 생산보다 작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산한 것 중에 일부를 줘야 하고, 즉 외국에서 수요를 일으켜줘야 우리가 생산을 유지한다는 거거든요.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 국가니까 거시경제 항등식으로 보자면 수요부족 국가, 즉 내수 부족국가인 셈이지요. 내수부족 국가에서는 정부가 적자를 냈을 때 그게 민간의 흑자가 되는 관계가 있습니다. 내수가 굉장히 커가지고,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나라는 민간도 적자고 정부도 적자여서 경상수지도 적자예요. 외국 생산에 많이 의존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외국에 파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 더 써도 민간에서 부족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민간이 덜 쓰니까(흑자) 정부가 더 써도 문제될 게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정부 적자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거지요. 미국 같은 나라는 정부 적자가 경상수지적자로 이어지면서 수요가 과다해져 외국 것을 갖다 써야 하는, 그래서 쌍둥이 적자가 나는 나라입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정부 적자가 큰데 민간의 내수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갖다 써도 민간은 안 쓰니까 그래도 외국에 팔 게 남는 거예요. 그래서 일본은 경상수지가 흑자입니다. 그 다음에 독일은 정부 적자가 많진 않은데, 내수 부족 국가지요. 그래서 외국에 갖다 많이 팔고요.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상당히 독일 같은 나라예요. 그래서 한국을 동아시아의 독일이라고 합니다."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독일도 재정이 짠 나라거든요. 거기엔 헌법에 (재정건전성 준칙을) 못을 박아놓고 적자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정부가 많이 안 쓰는데, 민간도 또 많이 안 써요. 남는 생산물이 많으니까 이탈리아나 그리스나 스페인으로 갖다 팔고 그래서 맨날 흑자를 보고, 남는 돈이 많으니까 또 남유럽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런 거지요. 그러다 불균형이 너무 커져서 유럽 재정위기가 일어난 겁니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독일에 가까운데, 어떤 사람들은 또 그래요. '독일보다 더 독일답다.' 독일은 짠돌이 재정을 하다보니까 뭔가 이렇게만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제가 2019년에 독일에 갔었는데, 독일 정부관계자들 중에 보수적인 분들도 많지만 생각이 바뀐 분들도 많더라고요. '우리가 헌법이나 법률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해 못을 박아놨는데, 한국은 그렇게 하지 말라'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들도 EU에서 국가부채 상한선을 60%로 묶어놔서 상당히 힘들었는데, 그건 큰 실수였던 것 같고 한국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재정 운용의 융통성을 제약받아서 그런 건가요.

"독일이 재정건전성이 안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 재정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독립변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민간경제의 흐름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민간의 수요가 없으면 정부가 수요를 일으켜야 거시경제가 굴러간다는 겁니다. 민간이 안 쓰는데 정부까지 안 쓰면 경제가 위축이 된다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고 또 (확장재정 문제는) 시기마다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고령화 되면서 노후대비를 해야 하니까 안 쓰고 저축을 하는 거예요. 안 쓰니까 내수가 위축이 되고 그 피해를 제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입니다.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득권이 없어요. 취직하려고 해도 젊은 사람들 일자리를 먼저 줄이거든요. 신규 일자리가 없는 거예요. 자영업도 마찬가집니다. 사람들이 밥 먹으로 안 나오면 자영업끼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테니, 젊은 사람들이 불리해요."

-거기서 유발되는 사회문제가 또 커질 테고요.

"젊은 사람들이 불리한 사회에선 애기도 안 낳지요, 그러면 또 내수가 줄어들어요. 애기를 한 명 낳으면 어마어마한 수요가 창출되거든요. 기저귀 사는 것부터 해서 애 데리고 놀러 다녀야 해서 수요가 창출되고 경제가 굴러갑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축소지향적으로 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써서라도 수요를 일으켜야 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막 써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낭비하자는 것이 아니고 젊은 사람들한테 인적자본, 경쟁력을 갖추게 해주고 기업을 일으키게 해주는 데 돈을 써서 선순환으로 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재정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정 여력은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IMF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한 230~240%(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에서 최대 40%까지 플러스 하면 280%까지 가도 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연구는 300%라고도 하고 또 어떤 연구는 무한대라고 하는 주장도 있어요.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게 일본 같은 사례가 있으니까요. 물론 현재 일본은 재정여력이 없다고 봐요. 여기서 더 많이 부채를 지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영국도 나폴레옹 전쟁 때 260%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어요. 한국도 쓰려면 더 쓸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있어요. 국가부채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갖고 쓰느냐가 중요한데, 정치인들이 빚내서 사치품에 쓰면 그건 200%가 아니라 10%도 올리면 안 되지요."

-부채의 표면적 수치보다 중요한 게 부채의 용처를 따져봐야 한다는 건가요.

"대부분의 정부 부채는 자기 나라 사람들한테 돈을 빌려서 대신 써주는 개념이거든요. 일본 같은 경우가 그런데, 노인들이 돈을 안 쓰죠. 쓰라고 줘도 안 쓰고 저축을 해요.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이런 경우도 있어요. 저축을 해서 국채와 펀드를 샀는데, 금고에 넣어놓고 치매에 걸려서 잊어버리는 거예요.(웃음) 그런 얘기도 있어요. 일본 노인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 중에 한 20%는 치매 걸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라는 거예요. 이것은 없어지는 자본이 돼버리잖아요. 정부가 국가부채라는 형식을 빌어서 준 것인데, 이것을 써줘야 하거든요. 안 쓰면 경제가 안 굴러가니까. 일본 같이 내핍하는 경제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도 결국 민간의 돈을 대신 써주는 개념이니까 많이 늘어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를 텐데요.

"가령 미국 같은 나라는 국민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마인드가 있으니까 어떤 연구에 의하면 100% 넘어가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 다만 지금 금리가 낮으니까 여력이 커졌다고 얘기를 합니다. 한국도 민간이 안 쓰는 나라에 가까워요. 그래서 정부가 대신 써주는 것이 큰 부담이 안 된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은 이론적인 얘기고요 현실은 좀 다르지요. 이론적으로 무한대라 하더라도 현실에서 무한대라 할 순 없어요. 몇 가지 제약들이 있는 거죠. 국채를 발행하면 금융시장에서 팔리고 안 팔리면 중앙은행이 개입해 매입하게 되는데, 선진국들이 이렇게 하고 있어요. 어떤 임계점이 넘어가면 시장에 센티멘트(sentiment)라는 게 있어서 시장 금리가 오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부담이 되겠지요. 정부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 있는데, 중앙은행이 돈 찍어서 도와주면 되지 않느냐 얘기할 수 있지만, 어쨌든 금리가 너무 올라가면 불안요인이 됩니다. 마켓 센티멘트가 불안해지도록 않는 게 기술이죠. 그런 기술이 재무관리들한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과다부채에서 생기는 문제는 여러 가지일 텐데요.

"부채가 과다해지면 경상수지 문제가 생기겠지요. 사람들한테 1000만원씩 주고 막 쓰라고 하면 수요가 늘겠지요, 그러면 내수가 많아지고 수입이 늘어 경상수지가 적자가 될 수 있고 환율이 절하됨으로써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어요. 그 단계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가면, 즉 수요가 폭발하면 물가가 또 올라요. 금리 환율 물가를 보면서 여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까지 (재정확장을) 늘리는 게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한국은 무리가 가는 단계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보는 겁니다. 그 여분이라는 것은 민간이 위축되면 사실 더 커지는 거고요."

-그렇더라도 거시경제적 부담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생산도 못하고 소비도 못하는 상황인데, 이게 경제의 어떤 여유 자원이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쪽이 돌아가게 돈을 넣는다고 하면 금리를 올리거나 환율을 올리거나 물가를 올리는 수준까진 안 되면 된다는 거지요. 그리고 약간 오르는 것은 괜찮아요. 사람도 혈압이 너무 낮으면 안 좋잖아요. 운동할 때 약간 땀이 나도록 혈압이 오르는 것도 괜찮잖아요. 물가도 약간은 올리고 싶어 하는 게 당국의 바람이고요. 적당한 수준까지는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고 지금은 그 갭이 크다는 겁니다."

-우리는 거의 완전 대외개방경제인데 국제환경도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국제환경도 살펴봐야 합니다. 일본은 90년대 상당히 불리한 환경이었어요. 내수가 워낙 다운돼 있으니까 재정 지출을 늘려야겠는데, 그 때 국채 금리가 5%로 높았어요. 그 때 우리나라도 어마어마한 호황이었으니까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이자를 많이 줘야 하거든요. 돈이라는 것은 이윤이 많이 나는 곳으로 가는 건데 일본에 있느니 한국에 빌려주면 이자가 10%나 되고 다른 데 갈 데도 많고 하니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돈 끌어오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거지요. 그러니까 눈덩이처럼 국가부채가 늘게 되는 환경이었어요. 지금 상황은 전 세계가 저금리예요. 돈을 갖다 쓴다고 해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도 아니고 돈도 어디로 갈 데가 없고 결국 부동산과 주식시장밖에 없는데, 돈을 쓴다고 해서 큰 부담이 경제에 가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확장재정이 유리하다는 겁니다."

-저금리가 지속될 수는 없지 않나요.

"또 하나 고려해봐야 할 요소가 있어요. 1990년대는 그레이트 모더레이션(Great Moderation)이라고 해서 대완화기라고 하는데, 경제성장률은 높고 물가상승률은 낮아 모든 거시경제 지표가 안정적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잘 굴러가는 것으로 봤던 거고 금리만 낮춰주면 시장에서 알아서 투자를 할 거라고 봤어요. 그러다가 2000년대 초에 닷컴 버블이 붕괴하고 9·11 테러가 났을 때,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으로 대응을 했어요. 그랬더니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난 겁니다.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거고 그 다음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겁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하게 대응을 했어요. 정부재정을 풀긴 했지만 저금리에 의존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 재정 개입을 하다가 점차 줄이고 통화정책에 많이 의존을 했거든요. 전 세계 돈이 엄청나게 풀렸는데, 그것을 10년 하다보니까 경제가 본궤도로 못 가고 자꾸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가 굳어지는 겁니다."

-2008년 이후 코로나 발생 이전 2020년 초까지 상황이 그랬습니다.

"구조적장기침체에 대해서는 한센(Alvin H. Hansen)이란 경제학자가 1930년대 이미 언급을 했는데 이후 서머스(Lawrence H. Summers)가 또 얘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해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는 걸 느낀 거예요. 통화정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빚을 쉽게 내는 것을 말하는데, 빚을 쉽게 내줬더니 가진 사람들이 더 쉽게 사회적 자산을 선점해서 자산시장에서 자산투자만 하고, 기업들도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큰 플랫폼 기업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조그만 기업들을 사버리고 진입장벽을 치더라는 겁니다. 대기업이 경쟁을 하면 좋은데, 사실 경쟁은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자꾸 진입장벽을 높여요. 미국의 상장기업 수가 줄어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많이 늘었거든요. 미국도 경제의 역동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금리로만 가서는 안 되겠다 싶은 겁니다."

-금융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부의 편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온 것이 돈을 필요한 곳에 직접 꽂아주는 방식으로 가게 됐어요. 예를 들어 젊은이들이 창업을 한다면 도와주고 어려운 사람들이 자식 교육을 못 시킨다면 거기에도 직접 도와주고 그런 겁니다. 그래서 양극화도 좀 해결하고 사회통합도 이루면 좋겠다는 거지요. 이런 변화 필요성이 사실은 트럼프가 당선된 배경이 된 거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낳은 거지요. 이제 쉽게 돈을 빌려줘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메카니즘이 작동 안 하고 양극화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드러난 거지요. 2019년부터 이런 논의가 본격화 됐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진 거지요. 지금은 무차별적 완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 된 거예요.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 된 거지요."

-코로나 이후에는 그렇다면 2019년부터 논의되던 '맞춤형 완화정책'이라고 할까요, 그런 정책적 전환이 이뤄지겠습니까.

"그게 불가피한 게, 기본적으로 경제라는 게 경제만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사회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사람들이 시스템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가야 되는데,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위기가 많이 있어요. 특히 젊은이들 중에 민주주의를 믿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이 생겼어요. 몇 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요. 유럽의 어떤 곳은 국수주의가 나타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이민, 지역주의 같은 정서가 강해져요. 미국에서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반대로 가는 흐름이 생겼고요."

-그런 흐름이 구체적 정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나요.

"기존 시스템에 대해 반성하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흐름들이 몇 가지로 일어났어요. 2014년에는 피케티가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니까 세속자본주의로 간다, 그래서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자산에 과세를 해야 한다, 부유세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놨고요. 미국의 어떤 학자들은 시장경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경제가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라고 봐요. 우리가 교과서에서 베우는 시장경제라는 것은 완전경쟁 시장 비슷한 거잖아요. 자유롭게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상정하는데, 현실은 무언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득권들이 지대추구를 하고 '메이킹'보다 '테이킹'을 한다는 겁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비용보다 남의 것을 뺏는 게 더 싸다는 생각인 거지요. 그래서 통행세를 자꾸 거두려고 하고 기득권을 높이 쌓으려고 하고 지대추구를 한다는 겁니다. 이건 시장경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면 이런 게 해소가 된다고 하는 겁니다. 독과점을 줄이고 자유롭고 공정한, 특히 공정에 초점을 맞춰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국은 국가, 정부의 개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겠군요.

"피케티가 말한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사실은 국가가 개입하는 문제고 시장질서를 공정하게 하는 것도 공정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것도 역시 국가역할을 전제로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시스템이 지켜진다는 얘기가 지금 큰 흐름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현재 한국적 상황으로 관심을 돌려보면, 현 집권세력은 그런 지향점으로 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상생연대 3법'(영업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을 추진하는데, 시스템 효율과는 거리가 있는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손실보상은 국가가 자영업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한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줘야 하는 건데, 법으로 만든다고 할 때는 근거로 만드는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할 수 있다' 이정도로요. 근거는 제시하되 실제 어떻게 할 거냐는 그때 사회적 합의와 전문적 판단, 정부의 상황, 충격의 종류에 따라서 정하는 게 바람직해요. 왜냐하면 피해의 업종이나 범위가 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정부가 영업 제한을 안 했을 때 더 바이러스가 빨리 퍼져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잖아요.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이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막아도 피해를 보게 돼요. 그럼 정부가 보상해줘야 하는 것이 뭐냐, 그 차이냐, 만약 그 차이가 거꾸로라면 정부가 보상을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냐. 여러 가지 가치판단이 들어가거든요. 감염병이나 재난이라는 것이 양상이 다 다른데, 대응도 피해산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정책은 상황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익공유 문제도 미묘한 문제인데요. 역대 정부가 도입하려 했지만 모두 못했거든요.

"이익공유도 하나의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는 부분과 가치 사슬 밖에서 이뤄지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가령 미국의 스포츠 분야를 보면 이익공유가 도입돼 있어요. 한 팀이 있는데 제일 잘하는 에이스가 수익의 95%를 가져가요. 그러면 나머지 선수들은 들러리를 선 셈이잖아요. 그런데 95%를 가져간 선수 입장에서는 이 들러리 선수들이 없으면 플레이를 못 해요. 그러니까 스타가 나오면 나눠 갖자는 것이 보편화된 거예요. 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겁니다. 승자독식이면 생태계 유지가 안 되거든요. 미국에서는 스포츠나 영화산업에서는 많이 확산돼 있어요. 수익의 분포가 정상분포가 돼야 괜찮은데, 실제는 아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이익공유가 나온 스토리는 배경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개입돼 있거든요.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투자를 해놓으면 발주하는 대기업은 그 순간부터 갑이 될 수밖에 없어요."

-흔히 말하는 '물량조절하기'가 작용한다는 건가요.

"주문을 안 주면 투자를 해놓은 중소기업은 홀드업(hold up), '꼼짝마' 상황이 돼요. 주문을 안 주면 그 기업은 망하게 되거든요. 그런 부작용을 막으려고 이익을 나누는 계약을 하는 겁니다. 설비투자를 하더라도 대기업이 이익을 내면 조금 나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좀더 좋은 부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상생의 메카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거지요. 이건 코로나가 있든 없든, 민간이 자율적으로 하는 거거든요. 그런 데에 정부가 세금을 깎아준다든가 하는 인센티브를 줄 수 있죠. 민간에 인센티브를 줘서 운용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세금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 민간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치사슬의 밖에 있는 기업들은 기금을 만들든, 사회연대기금을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맞지요." <2부로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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