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개인정보보호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집중으로 인해 빅 브라더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금융정보학회 세미나'에서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자지급거래 관련 개인정보가 관련 법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무제한 집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전금법 개정안에서 신설된 전자지급거래 청산의무(제36조의9) 관련 내용을 문제 삼았다. 해당 조항은 전자금융업자(빅테크업체)에 대해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금융결제원)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면서 개인정보보호 관련 주요 법령의 적용을 면제한다고 규정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결제원은 △금융실명제법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제32조(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에 대한 동의) 및 제33조(개인신용정보 이용의 제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등에서 제외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거래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가 금융결제원에 제공하는 정보에는 내부거래까지 포함되고,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네이버페이의 포인트를 이용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경우, 네이버는 모든 거래정보를 고객의 개인정보 제공·활용 동의도 없이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또 목적외 이용·제공 제한도 받지 않게 된다.
양 교수는 "청산기관(금융결제원)에 과도하게 개인정보가 쏠리게 되고 데이터베이스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정보 남용 우려도 크다. 빅브라더 논란 소지가 크고, 정보 집중으로 인해 해킹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거래정보가 영리목적의 외부기업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우려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7월 금융결제원이 보유하는 '금융결제정보'를 비식별조치를 취해 민간에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 교수는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외부에 집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을 보장하는 헌법상 이념에도 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