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塗炭之苦(도탄지고)](http://contents.dt.co.kr/images/202101/2021012902102369002001[1].jpg "[古典여담] 塗炭之苦(도탄지고)")
진흙 도, 숯 탄, 어조사 지, 괴로울 고. 진흙이나 숯불에 떨어진 것과 같은 고통이라는 뜻으로, 잘못된 정치로 인해 겪게 된 백성의 고통을 일컫는다. '도탄에 빠진다'는 형태로 많이 쓰인다. 서경(書經)의 상서(尙書) 중훼지고(仲훼之誥) 등 여러 문헌에 나오는 말이다. 하(夏)나라 마지막 왕은 오늘날에도 폭군의 대명사로 불리는 걸왕(桀王)이다. 그는 미녀 말희에게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서 폭정을 일삼다가 상(商)의 탕왕(湯王)에게 내쫓겼다. 탕왕은 후에 은(殷)나라를 세운 사람이다. 탕왕은 무력 혁명으로 왕위를 얻은 것에 대해 후세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부끄럽게 여겼다. 그러자 왕을 모시고 있던 중훼가 이러한 마음을 알고 위로는 탕왕에게,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고하는 문서를 읽었으니, 그것이 바로 '중훼지고'다.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하늘이 백성을 내신 것은 그 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임금이 없으면 곧 어지러워집니다. 하나라에는 덕을 어둡게 한 자가 있어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습니다(有夏昏德 民墜塗炭). 하늘이 탕왕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어 모든 나라를 법으로 바로잡게 하시고, 우왕의 옛 땅을 이어받게 하셨습니다. 지금은 우왕의 제도를 따르고 하늘의 뜻에 순종해야 합니다."
걸왕의 악랄할 행위에 백성들이 받은 말할 수 없는 고난을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고 표현한 것이다. 중훼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 것은 정당하며, 임금은 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탕왕의 부끄러워 하는 마음을 위로한 것이다. 이른바 천명사상(天命思想)이다. 이처럼 도탄지고는 천명사상을 내세워 정권을 무너뜨리려 할 때마다 자주 쓰였다.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말로 가렴주구(苛斂誅求·세금을 가혹하게 징수해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상황),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등이 있다. 새해가 됐지만 민생의 고달픔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몇년 전부터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과 주거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잇단 폐업 등을 보면 외환위기 당시의 사회적 혼란을 방불케 한다. 말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실제 민생이 그러한지를 돌아보라. 언제쯤이면 '고복격양(鼓腹擊壤·배를 두드리며 발을 구른다)'과 '함포고복(含哺鼓腹·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린다)'의 태평성대를 볼 수 있으려나.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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