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美 대선결과가 한국인에게 남긴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1302102269660001[1].jpg "[최원목 칼럼] 美 대선결과가 한국인에게 남긴 것")
그렇더라도 트럼프와 트럼피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이루어졌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 낙선하기는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7000만표 이상을 득표했으며 이것은 오바마 후보가 2008년 당선된 득표수 보다 많은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 우선주의와 제조업과 농업분야의 중산층 노동자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써 국내 일자리를 확보하자는 산업정책 노선은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셈이다. 공화당의 공식 선거구호가 '미국 대 사회주의(America v.s. Socialism)'일 정도로 사회주의적 정책에 대한 미국인의 경각심도 높아졌다. 성평등, 인권, 분배 등 구호를 빌미로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미국사회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 자체의 공정성 시비와 부정선거 논란도 마침내 미국에 상륙했다. 혼전을 거듭하던 미국 대선 개표결과가 막판에 미시건, 윈스컨신, 펜실바니아 등에서의 우편투표에서 바이든 지지 몰표가 나오면서 민주당의 승리로 마감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주에서는 공정선거에 반하는 행위들이 목격되거나 증거로 채집된 것으로 보인다. 1억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사전투표나 우편투표를 했기에 각 주마다 구체적인 선거행태에 관한 통계가 나오려면 시간이 지나야 한다. 트럼프 진영에서 제기한 선거소송이 연방대법원에서 어떻게 판결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아무튼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아 미국식 적정절차(due process) 민주주의 제도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이한 점은 국내 좌파정치에 실망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트럼프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표해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에 맞서 싸우는 우파의 유일한 희망이고 한반도 공산화를 막을 기대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평가는 다분히 희망(wishful thinking)을 현실로 대체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급속히 퍼졌다. 좌파 집권세력이 친중노선을 취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정치상황 하에서는 트럼프의 반중·보수우파 노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좌파세력을 척결하는데 트럼피즘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지 결국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트럼프의 사고체계와 목표에는 한국을 위한 고려는 아예 빠져있다. 자신이 중시하는 미일 동맹과 대중국 패권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한국을 카드로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과거의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말이다. 트럼프의 반중 반좌파 투쟁은 철저하게 미국인들을 위한 것이지 결코 세계인이나 한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시민들은 트럼피즘이 미국 내에서 표방하고 있는 보수우파 노선과 대외정책에서의 노선은 완전히 다른 개념임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국내정치에서 와는 달리, 트럼프의 외교는 가치지향적 외교가 결코 아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외교관은 '손자'와 '헨리 키신저'가 아닌가.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현실주의 대외정책이 초래할 추가적 위험성도 충분히 인식했어야 했다. 415 부정선거 문제도 결국은 우리 스스로 밝혀 나가야할 과제다. 선거소송관련 미국 대법원의 신속한 태도와 달리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는 우리 대법원과도 우리 스스로 싸워 이겨야 한다.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손자와 키신저 자체이지, 그 가르침을 대외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트럼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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