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최종 후보자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의 대결 구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번도 WTO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아프리카로 각국의 표심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총력 지원을 벌이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WTO는 이달 27일까지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 2명 중 누구를 지지할지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후 전원 합의 절차를 통해 11월 7일 이전까지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회원국의 만장일치 추대를 받는 형식이다.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과반 이상의 표를 확보할 경우 합의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이달 내 결과가 도출될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회원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선투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선 '첫 아프리카 WTO 사무총장'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오콘조-이웰라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는 초반부터 아프리카 출신 후보자가 우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동안 WTO 사무총장은 유럽(아일랜드·이탈리아·프랑스), 아시아(태국), 남아메리카(브라질), 오세아니아(뉴질랜드) 출신이 각각 맡았었다. 아프리카가 가진 표는 44표로, WTO 회원국 중 가장 많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자 WTO 내 영향력이 센 일본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불리한 요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사무총장에 적임자라는 취지의 의견을 조만간 WTO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도통신은 한일 양국간 무역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이 되면 분쟁 해결 절차의 공정성에 금이 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다음으로 표가 많은 유럽의 표심이 차기 사무총장 선거 결과를 결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그간 국제기구 투표에서 27개 회원국이 사전 합의를 거쳐 특정 후보에게 이른바 '몰표'를 행사하는 것을 관례로 두고 있다. EU 비회원국까지 합하면 유럽의 표는 41표다.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부채감이 있는 유럽이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유럽국가 정상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유 본부장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WTO 내 미국의 영향력이 위축돼있다는 게 변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WTO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강대국이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압박할 수는 없지만, 결국 강대국 표심에 따라 WTO 사무총장 선거 결과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