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재계가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외이사 재직기간 6년 제한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 대기업보다 더 긴 중견·중소기업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점진적인 사외이사 비중 확대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사외이사 운영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5개국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사외이사 운영현황을 비교한 결과, 국가별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은 미국이 7.6년으로 가장 길고, 우리나라는 4.1년으로 일본(3.2년) 다음으로 짧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1월부터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6년을 초과할 수 없게 됐다. 올 3월 주요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결과를 반영할 경우 평균 재직기간은 1.9년으로 단축돼 주요국 가운데 가장 짧은 수준이다.
경총 측은 "해외 주요국 사외이사들은 능력에 따라 장기재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우리나라 상법 시행령상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가 미국에 도입될 경우 절반 이상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시총 10대 기업 사외이사의 57.0%가 6년 초과 장기재직자였고, 독일은 39.0%, 영국은 36.7%, 일본은 22.2%에 이른다.
비교 대상국 가운데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영국의 경우 적정 재직기간을 최대 9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
경총은 이 같은 규제가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 조사 결과 코스피 상위 20개사의 경우 지난해까지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이 3.7년이었지만, 올 3월 정기주총 결과를 반영하면 1.9년으로 줄어들었다. 코스피 하위 20개사의 경우 같은 기간 6.2년에서 2.5년으로 무려 3.7년이나 재직기간이 줄었다.
경총 측은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가 중견·중소 상장회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올 정기주총 전 기준으로 상위 20대 기업의 6년 초과 재직 사외이사 비율은 24.8%에 머물렀지만, 하위 20대 기업은 28.3%에 이르렀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해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선진국에 없는 일률적인 재직기간 규제 신설이 국내 사외이사의 전문성 축적과 경쟁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 완화를 포함해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융·복합 신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해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식견과 경험을 가진 기업인 사외이사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