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처분에 과기정통부 대응 주목
"정당성 확보위해 이의제기할듯"
법적 공방 장기화 가능성 높아
"정당성 확보위해 이의제기할듯"
법적 공방 장기화 가능성 높아
검찰이 연구비 횡령 등의 의혹을 받아온 신성철 KAIST 총장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고소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향후 대응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소기관인 과기정통부가 검찰에 이의제기 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 총장이 혐의를 완전히 벗으려면 과기정통부가 검찰의 결정에 이의제기 신청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게 된다. 만약 과기정통부가 이의제기 신청을 하면 신 총장은 법적 혐의를 벗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30일 신 총장과 DGIST 교수 3명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장은 2013년 D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2억원을 부당 지급하고, 계약직이던 제자 A씨를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겸직 교수로 채용했다는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통해 검찰에 고발됐다. 더욱이 과기정통부는 KAIST 이사회에 신 총장의 직무 정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과학계에선 '전 정권 인사 흔들기'라고 반발했고, KAIST 교수진들은 직무정지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주부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아직 검찰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고, 공문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의제기 신청 여부에 대해서도 "공문 접수 이후 검찰 소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후, 내부 논의를 통해 이의제기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이의제기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 통보를 그대로 과기정통부가 수용하게 되면, 애초부터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된 신 총장을 그만두게 하기 위한 '무리한 표적 감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자칫 감사를 담당한 해당 공무원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감사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관차원에서 이의제기 신청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의제기 신청을 통해 내년 2월 신 총장의 임기 만료 때까지 다소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이때문에 KAIST도 조심스런 입장이다. KAIST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한 상황이고, 과기정통부가 검찰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 절차가 남아 있어 법적으로 모든 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면서 "공식으로 검찰에서 통보를 받고, 과기정통부의 대응이 끝나면 총장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단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을 압박해 물러나도록 하는 일을 다시는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조무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박태현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시장,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등 다수의 과학계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됐다. 출연연 기관장 출신 관계자는 "이번 정권 들어 과학계가 이념과 진영 논리에 의해 좌우로 갈라지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면서 "기관 운영의 일관성과 연속성 등의 측면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과학계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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