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이런 `시벌<市閥>`이 있나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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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이런 `시벌<市閥>`이 있나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이런 시벌이 있나.'

한자를 병기하지 않았다. 시벌(市閥)은 시민단체에 군벌, 재벌에 쓰는 벌(閥) 자를 붙인 조어다. 벌(閥)은 문벌 벌인데, 원뜻은 집의 왼쪽 문 기둥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오른쪽 문 기둥도 아니고 왼쪽 문 기둥이다. 누가 조어를 했는진 모르겠으나 요즘의 시민단체를 적확하게 표현한 말로 이해됐다. 검색을 통해 살펴보니 최근 '4·15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김소연 변호사라는 분이 올 1월에 사용한 흔적만 남아있다.

각설하고, 다시 서두를 써본다. '이런 시벌(市閥)이 있나'.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회계와 행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군벌, 재벌 뺨친다. 욕하면서 배우고, 악마와 싸우기 위해 악마가 된 것인가. '시벌'이 군벌처럼 정치적 권력을 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시민단체 이력 하나 달지 않고 청와대, 여당을 드나드는 사람 별로 없다. 거의 필수 코스다. 현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54명 가운데 9명이 '시벌' 출신이라고 한다. 김상조 정책실장, 김연명 사회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현직도 현직이지만 장하성 전 정책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등 OB도 '시벌'이다. 참여연대, 민변이 주축이다. 정부 부처 장관도 '시벌'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일부 맡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참여연대), 조명래 환경부장관(한국환경회의),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여성평화외교포럼) 등이다. 장관급으로까지 넓히면,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참여연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민주언론시민연합)도 포함된다.

여당은 법 제개정을 맡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되어서인지 민변 출신 일색이다. 물론 민변 말고 다른 시민단체 활동을 하셨던 분들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윤미향 의원일 것이다. 권력과 시민단체를 오가는 '회전문 인사'는 권력의 감시자라는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입바른 소리는 의미 없다. 원래부터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상대 진영의 감시자'였으니. 그렇다면 단체 운영이라도 투명하게 제대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정의기억연대가 국세청에 제출한 자료를 한번 보자. '하룻밤 술값 3300만 원'이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으로 나오긴 했으나 이는 기부금 등의 사용처에 대한 기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정의기억연대는 "3300만원은 50개 지급처에 지급한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이며, 지출금액이 가장 큰 한 곳을 대표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이는 국세청 양식에 맞게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실제 국세청 공시 양식을 보면 '연간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 해당 수혜자 개인 또는 단체를 별도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의 해명이 맞으려면 대표로 기재한 1곳을 제외한 나머지 49곳엔 모두 100만 원 미만으로 쪼개 지출됐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소녀상 모금액은 아예 기재조차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길원옥 할머니 계좌 의혹'도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비단 정의기억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여성민우회, 전태일재단 등도 기부금 지출 명세서에 수천만 원을 지출하면서 대표 지급처 한 곳만 기재하고 있다. 아예 지급처 자체를 기재하지 않는 곳도 많다. 소모임 총무의 회계 처리보다 못하다. 소모임 총무도 돈을 갹출 받은 뒤 쓴 내역을 영수증 첨부해서 회람시킨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정부가 수억 원을 지원까지 하니 모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구미(歐美)의 여러 나라에선 아주 적은 기부금을 운영하는 시민단체도 회계 투명성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들인다. 회계의 투명성이 존립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시벌'이 그렇게 욕했던 '재벌'도 97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회계 투명성을 높여왔다. 이제 '시벌' 차례다. 고치면 된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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