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내 양대 국적사 중 하나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다만 아직 HDC현산과 채권단 간 '딜 클로징(거래종료)' 연장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HDC현산 측도 표면적으로는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만큼 당분간 인수 조건을 놓고 양측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HDC현산은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 한국산업은행 및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산에 거래 종료 시한인 오는 27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있는지 밝히라며 요구한 데 따른 입장표명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조101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1.5%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아시아나 품고 모빌리티그룹 도약하려고 했지만…=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그룹의 호텔·레저·면세접 등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였다. 건설, 유통, 관광,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안고 도약하려던 HDC현산의 계획에 금이 간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부터 '일본 불매'의 영향으로 휘청이기 시작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다. 항공수요 감소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부채는 폭증하고 있다. 회사 인수 후 재무구조 건전화를 꾀하려 했던 HDC현산이 고민에 빠지게 된 배경이다.
HDC현산은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지난해 말 기준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됐고,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 증가했다"며 "부채비율은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 또한 1분기말 현재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의지는 변함없다"…일단 재협상= 하지만 HDC현산 측은 인수 의사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과 HDC현산이 딜 클로징 연장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수협상과 조건을 놓고 재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채권단 측에 전향적인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산 측은 실제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실적 하락, 유동성 부족, 차입금 증대, 자본 잠식 등을 극복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과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HDC현산 측의 요구사항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계약 기준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작성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는 점도 조건으로 내세웠다. 채권단이 HDC현산 측의 요구를 어느정도까지 수용하느냐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향방이 달린 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