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올해 회복될 줄 알았던 반도체 시황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지만, 삼성전자는 예고했던 투자일정을 뚝심 있게 진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2030' 계획을 제시한 이후 현장 곳곳을 다니며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이 차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하만 이후 4년 여 동안 멈췄던 전략적인 인수·합병(M&A) 빅딜로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총수 부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반쪽짜리 '초격차'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세계가 주요 언론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판단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8일 삼성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총수 신변에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예고했던 반도체 시설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만 시스템반도체 업체 M&A와 같은 전략적인 판단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 여 동안 평택 반도체 생산공장 내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용 EUV(극자외선) 전용 생산라인에 약 10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추가로 낸드플래시 라인 투자에 8조원을 추가 집행하는 등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올 들어 벌써 10조원 플러스 알파를 투자하면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년 동안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매년 10조원 중반대 수준의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여기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까지 합하면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석방 이후 2년 4개월 만에 또다시 구속될 경우 사실상 전략적 투자는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 이후 지금까지 굵직한 M&A를 진행하지 않았다. 2017년 7월 이노틱스, 11월 플런티 등 소규모 스타트업을 인수하긴 했지만, 대형 M&A는 2016년 11월 약 9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하만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검찰 구속으로 총수 부재 위기에 또다시 빠지면 유의미한 M&A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아울러 '뉴삼성'을 만들겠다는 계획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계획이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는 뉴삼성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재계는 최근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연이은 악재에다 신사업 투자 등 현안도 산적한데, 총수 공백이 현실화하게 되면 삼성은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된다고 우려한다.
삼성 측은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