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시장이 2분기에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언텍트(비대면)' 수요 확대와 중국 IT기기 생산 라인의 본격 가동으로 메모리와 일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만 살아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뚝심 투자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가 현실화 할 경우 시스템반도체 강국의 꿈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 추정치를 공개한 반도체 업체의 매출 합계는 직전 분기보다 5%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내림세를 면치 못했고, 전체적으로 반도체 기업 21곳 가운데 14곳은 실적이 1분기보다 뒷걸음질 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독일의 인피니온이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13% 줄어들며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업계 상위권을 다투는 미국 인텔과 퀄컴, 그리고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역시 각각 7%, 5%, 1%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2분기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곳은 총 6곳에 불과하다. 대만 미디어텍은 중국 등 중화권의 5G 보급 확산 등에 힘입어 6%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계에서는 제외됐지만, 삼성전자 역시 모바일 수요 위축 등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관련 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는 직전 분기보다 2.3% 감소한 6조2983억원이었다. 이는 3개월 전 추정치와 비교해 8.3% 감소한 수준이다. 스마트폰과 TV 등 가전 사업의 부진이 주 요인이지만 반도체도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부문 매출 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결과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업계 불황이 심화하면서 2분기 실적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다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구속심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투자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시스템반도체 육성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삼성 측은 "삼성이 위기다.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연속성 있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스템반도체가 기술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10년 동안 133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계획한 것 역시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부 또한 오는 2029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과거 정부에서 수차례 육성계획을 내놨지만, 실패한 이유 역시 연속성 부족한 탓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여전히 갈 길이 먼 만큼,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