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수'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 사유 3원칙에 하나도 부합되지 않는데다, 검찰이 기소권 독점 등 권력 과잉을 막자는 취지에서 2018년 스스로 마련한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무력화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형사소송법 70조의 구속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구속 사유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법원은 이 같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시민단체가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할 만큼 이 부회장의 주거지가 일반에까지 알려져 있고, 재계 1위의 총수가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면 증거인멸의 우려 역시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이미 1년 6개월 이상 관련 수사를 진행하며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의 소환 조사를 하는 등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속 사유 중 그 어떤 것도 해당하지 않음에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기각될 줄 알면서도 이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구속영장이 2번이나 기각된 점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검찰은 작년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 같은해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명재권)는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면서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논리를 볼 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사법부가 '공판 중심주의'에 따라 불구속 수사·재판을 견지했고, 특히 기업인 수사의 경우 법리적 쟁점이 많은 상황에서 구속기소로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만약 증거 인멸 가능성이 계속 있었다면 왜 1년 반 이상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검찰이 소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승계 과정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슬기기자 9904s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