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뉴딜'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기후위기와 경기침체에 대응해 친환경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인데, 3차 추가경정예산 35조3000억원 중 그린뉴딜 관련 예산은 단 4%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투입될 예정인 그린뉴딜 관련 소요 전망 예산을 전부 더해도 이번 추경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3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차 추경안에 따르면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 그린뉴딜 관련 사업에 하반기 1조4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그린뉴딜 주관부처인 환경부는 소관 추경 6951억원 중 84%(5867억원)를 그린뉴딜 몫으로 편성했다.
이번 추경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그린뉴딜 사업은 14개 정도다. 세부적으로는 △노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2352억원) △그린스마트학교 시범사업(248억원) △도시환경문제 솔루션 개발(10억원) △광역·지방상수도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156억원) △혁신환경기술 보유기업 성장지원(405억원) △녹색산업 혁신거점 조성(63억원) △미래녹색산업육성융자 공급(2000억원) △스마트 에너지플랫폼 시범 구축(210억원) △중소기업 제조공정 친환경화(132억원) △태양광·해상풍력·LNG발전소 친환경화(185억원) △아파트·건물에너지 빅데이터 구축(423억원) △국민주주형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융자프로그램 신설(365억원) △신재생에너지 관련 녹색보증 신설(200억원) △구(舊)에너지산업지역 전환 연구(10억원) 등이다.
이외에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사업의 규모만 늘려 그린뉴딜로 내놓은 내용들이 다수였다. 가령 신재생 에너지 확대, 지능형 스마트그리드 구축, 노후 경유차·선박을 친환경차·선박으로 조기 전환하는 등의 정책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해오던 내용인데 그린뉴딜로 묶여 규모만 불어났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디지털뉴딜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양대축으로 삼았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투입되는 디지털뉴딜 관련 추경은 2조7000억원으로 그린뉴딜의 2배 규모다. 정부는 "이번 추경은 즉시 추진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편성했다"며 2022년까지 중장기적으로 그린뉴딜에 1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이번 추경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5년간 녹색성장 추진 예산으로 107조원을 편성했었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이후인 2025년까지 그린뉴딜에 총 2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정권이 바뀌면 관련 예산이 편성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추경을 편성한 배경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였기 때문에 '환경'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정부의 그린뉴딜 방침에 대해 "정부의 문제의식에 기후위기 등 시대에 요구되는 철학이나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와 맞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정부가 1조4000억원 규모의 그린뉴딜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자료: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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