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한 정부기관의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廳)으로 승격한다. 보건복지부에는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보건분야와 복지분야 기능을 동등하게 보강한다.
행정안전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해당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6월 중순경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이번 조직개편은 공공보건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이번과 같은 감염병 확산 위기 상황에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라면서 "조직개편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선 복지부 소속이던 질본을 중앙행정기관인 '청'급으로 승격한다. 질병관리청은 예산·인사·조직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감염병과 관련한 정책 및 집행 기능도 실질적 권한을 갖고 수행하게 된다. '부'는 '청'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권만 갖는다. 다만 감염병 관련 업무라 하더라도 외국인 입국제한 등 다수 부처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의 구체적인 인력·예산 규모는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질본 정원은 907명, 예산은 약 8000억원 수준이다. 윤 차관은 "단순한 승격이 아니라 감염병 대응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만큼, 이에 필요한 세부인력에 대해서는 증원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조직 확대나 재정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 대체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존 1개 차관 직위만 있던 복지부는 제1·2차관제를 갖게 된다. 제1차관은 기획조정 및 복지분야를, 제2차관은 보건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복수차관 도입에 따라 보건의료 부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현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한다.
질병관리청 소속 질병대응센터(가칭)도 신설된다. 센터는 권역별로 설치하는 안을 논의 중이며, 각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과 보건소와 함께 중앙-지방 거버넌스가 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방역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1차적으로 대응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센터가 지자체 보건소 등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