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회심자` 바울, 그는 누구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02021022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회심자` 바울, 그는 누구인가")
바울 평전
톰 라이트 지음／비아토르 펴냄
사울(Saul)이란 이름의 바리새인이 있었다. 과격한 유대교 근본주의자였다. 그는 예수를 사이비 신흥종교의 교주 쯤으로 생각했다. 그는 예수를 믿는 교인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잡아 가뒀고 처단했다. 어느 날 그리스도교인을 잡아오겠다며 다메섹(Damascus·다마스쿠스)으로 향했다. 다메섹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그를 둘러 비추었다. 그가 땅에 엎어지니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는 음성이 들렸다. 사울은 예수의 음성을 듣고 그리스도교인으로 회심(回心)했다. 유명한 '다메섹 도상의 회심' 사건이다.
그는 사도 바울(Paul)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남은 인생을 이방인을 위해 복음을 전했다. 바울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전 세계로 퍼지지 못했을 것이다. 실로 기독교에서 사도 바울의 존재는 대단하다. 그는 교회사를 넘어 세계사를 바꾼 인물이다. 하지만 바울의 삶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영국 성공회 주교 출신이자 초기 기독교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바울의 삶을 성실하게 복원해 놓았다. 저자는 '바울' 하면 떠오르는 상투적인 이미지를 깨부수고 '인간'으로서의 바울을 탐구했다. 바울이 완고한 남성우월주의자가 아니라 당시 지중해 세계에선 오히려 개방적인 사람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바울의 '급작스러운 회심'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시각에도 회의적이다. 바울의 변화는 급작스럽지도 예상치 못할 일도 아니라, 구약에 충실했던 진실한 한 사람이 갈 수밖에 없던 필연적인 결과라는 주장이다. 1세기 초기 기독교 배경 속에서 바울의 생애와 사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유대인 사울'이 어떻게 '사도 바울'이 되었는지를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즐겁고도 풍성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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