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부처님은 돈 많이 벌라고 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5/20200525021022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부처님은 돈 많이 벌라고 했다")
불교자본주의
윤성식 지음 / 고려대학교 출판부 펴냄
코로나19가 현행 자본주의 체제의 취약점을 폭로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위기가 터지기 전에도 문제점은 지적되어 왔지만 이제 코로나19로 그 한계가 한층 드러나는 양상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경제에 직접 개입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행정학자이자 불교 연구가인 저자는 시장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불교 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우리는 불교하면 '무소유'가 떠올라 '돈'과는 거리가 먼 종교로 생각한다. 저자는 이런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석가모니 때 불교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는 상공업자 계층이었고, 불교 경전에는 자본(재산)과 경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지침이 실려있다고 한다.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와 달리 '이자'도 인정할 정도다.
저자는 모든 것이 서로 연관돼 이뤄진다는 불교의 '연기(緣起)론'에 근거해 불교 자본주의의 개념을 설명한다. 나와 남의 행위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듯 사회의 모든 행위와 물질은 서로 연결돼 있다. 여기에서 불교 자본주의의 행동윤리가 도출된다. 물질적 부의 추구와 더불어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서는 안되고, 생산행위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는 행위여야 한다. 여기서 축적된 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환원돼야 한다. 또한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해서도 안된다. 예를 들어 수천억원을 보유한 부자라 하더라도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핸드폰을 구입하는 것은 소비행위에 어긋나는 사치다.
이처럼 불교 자본주의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처한 문제점에 대한 처방과 대안의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같은 불교적 관점은 시장과 자본은 허용하면서도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 준다. 나아가 저자는 불교 자본주의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갖도록 하는 방안으로 '불교경제공동체' 형성을 제안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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