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재난지원금으로 돈번다고?

차현정 정경부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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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재난지원금으로 돈번다고?
차현정 정경부 증권팀장
"윽박지르는 정부만 있고 산업을 이해하려는 정부는 없어요.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무조건 고통분담만 건네는 모습에 한없이 힘이 빠집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18일 한 카드사 관계자가 이렇게 푸념했다. 연일 예서제서 터지는 소비자 혼란을 애써 카드사에 떠넘기기 급급한 금융당국의 태도가 아쉽다는 볼멘소리다.

예견할 수 없었던 긴급한 상황에서 속도전이 중요한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카드사의 5월도 숨가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경정예산안이 통과한 직후 곧장 비상체제 하에 들어간 카드사 임직원들은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근무했다. 당장 11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 앞서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카드사들이 신청 시스템을 각사 홈페이지에 마련하면 국민이 개별적으로 신청해 지원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기존에 쓰던 신용·체크카드에 충전되며 체크카드를 통한 결제시 해당금액만큼 차감된다. 신용카드는 재난지원금만큼 추후 결제대금에서 빠진다. 카드사들은 일반 결제와 긴급재난지원금의 구분을 위해 신규시스템을 개발했고 고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서버 증설 작업을 해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공짜 작업은 없다. 시스템 개발과 서버 증설에 들인 돈만 대략 각 사당 10억원씩이다. 카드사가 결제 승인 중계를 담당하는 밴(VAN)사(부가통신업자)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는 물론 재난지원금 신청에 따른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과 고객문의에 대비한 상시 콜센터 운용에 드는 비용은 덤이다. 고객 편의는 최우선에 뒀다. 기존에 쓰던 카드도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카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고 재난지원금을 통한 전월 실적 조건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 또한 비용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탈도 많았다. 정부는 지원 방침이 '원스톱 신청'이라느니, 전례 없는 지급이라느니 말은 요란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우성이 가득했다. 기부 유도 논란에다 각종 사용처 혼란 등 탈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신청자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우왕좌왕해서가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가 복잡했고 공지된 내용과 현장의 요구 사항이 달라 혼선이 생겼다.

정부가 국민들과 카드사들을 일부러 골탕 먹이려 그랬을 리는 없다. 하지만 악의가 없더라도 정책이 허술하면 결과적으로 제도의 이용자인 국민들은 카드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고 그 원망은 전부 카드사에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지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건 소비자들의 원망이다. 카드사는 카드사 대로 당국이 원망스럽다.

불과 두어달 전만해도 카드업계에는 '빛난 존재감'과 같은 긍정적인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코로나19 사태 속 보유한 결제데이터로 확진자 역학조사에 핵심 역할자로 부상했고, 긴급재난지원금 제공 채널로 활용되던 순간도 마찬가지다. 정부 눈치 볼 일이 많은 카드업계 특성상 지침을 거스르기 쉽지 않았겠으나 당국이 바란 대로 조건을 모두 이행하는 등 모범을 보이면서다.

하지만 애초에 '빨리빨리' 문화를 수용하기 위한 작업이었던 만큼 시간 부족에 미흡했던 준비로 일련의 과정에선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반복됐고 이는 곧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카드사만 배 불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재난지원금 14조원 가운데 현금 나가는 부분 빼고 10조원이 신용카드로 쓰일 것을 전제한 것이다. 연 매출 3억원 미만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0.8%를 고려하면 카드사가 수수료로 800억원을 챙길 것이란 추산이다.

시작은 이달 초 민생당 채이배 의원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정책 보조에 외려 돈을 쓰는 카드인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가뜩이나 죽을 맛인 카드업계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순익 감소는 물론 생존까지 거론되는 게 사실이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가맹점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규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악화한 경영여건에 카드사들의 한숨이 멎을 날은 멀게만 느껴진다. 카드사도 돈 버는 것이 미덕인 기업이다. 수익이 곧 정의기도 하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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