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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동물실험은 없어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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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기고] 왜 동물실험은 없어지지 않나
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오늘날 생명과학 분야에서 동물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차세대 생명의료 연구개발에 실험동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이며, 현재 엄청난 숫자의 실험동물이 의약품과 관련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의 효능평가와 독성평가, 그리고 의약품 생산 시스템에서의 품질관리의 목적으로도 다수 활용되며, 특정 백신의 경우에는 실험동물을 통하여 제조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이 인류의 보건과 복지에 큰 역할을 하는 실험동물, 지금의 현대의학은 이러한 실험동물이 없었다면 아마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런 동물실험은 과학적으로 어떠한 중요성을 가지며, 많은 윤리 도덕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쉽게 없어지거나 대체할 수 없는 것일까.

최초의 동물실험이 있던 고대 그리스 시대는 물론 현재에도 인류는 생명현상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약품이나 화학물질과 같은 외부물질이 인체로 들어갔을 때 어떠한 현상을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도 매우 어려운 일임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인간과 90% 이상의 유전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포유류 실험동물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연구자는 특정 의약품의 생체 내 작용기전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동물실험을 통해서 당해 의약품이 사람과 유사한 동물에서 어떠한 독성을 일으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실험동물을 활용함으로써 당시의 과학 기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동물을 실험에 사용한다는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생명과학 발전과 더불어 성장하여 왔고, 20세기로 들어오면서 동물실험이 의약품 허가와 관련한 필수 절차로 자리매김하면서 특히 독성연구 분야에서의 활용이 대폭 확대되었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실험동물 연구의 확대는 생명과학의 다른 분야가 DNA, RNA 등 연구의 범위를 더욱 세분화하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동안에도,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연구 분야는 동물실험 그 자체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과학 발전의 흐름에서 멀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즉, 동물실험은 한편으로는 과학연구에 큰 도움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 특정 분야의 경우에는 오히려 과학 기술개발 등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양면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할수록 동물실험은 더욱 복잡·정교해지고 이는 또다시 동물실험에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결과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물실험이 의약품 혹은 화학물질의 독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것 또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동물실험은 결국 동물을 연구한 결과로써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본질적 한계를 내재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한계가 동물실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실험을 더욱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동물실험의 본질적 한계는 동물과 인간은 다른 종이라는 점이다. 즉, 인간과의 90% 이상의 유사성 뒤에 숨겨진 10% 미만의 차이는 독성평가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1950년대 독일의 의약품인 탈리도마이드에 의한 대형 참사로 증명되었다. 임산부의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이 약은 기존에 사용되고 있던 동물실험에서는 어떠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출시 이후 태아의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으로 인하여 이를 복용한 임산부는 팔다리가 짧은 다수의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 것이다. 추후 일부 토끼 종에서 동일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는 의약품 동물실험에 최소 2종 이상의 동물 종을 활용하도록 규제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같이 동물실험의 한계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하여 동물실험이 축소·대체되기는커녕 오히려 쥐에서 개로, 개에서 토끼로, 토끼에서 돼지와 영장류로 그 범위가 넓어지거나, 수행되는 동물실험의 종류가 더욱 정교하고 많아지는 전반적으로 동물실험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동물실험이 축소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해본다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이 계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새롭게 개발된 기술들이 신뢰성과 비용면에서 동물실험보다 우수하다면 동물실험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이루어질까. 필자는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대체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실제 실험동물을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이루어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실험동물에 기반한 현재의 신약개발 시스템은 약 100여 년에 걸쳐 서서히 확립되어 지금은 거의 안정된 단계로 진입하였다. 의약품 개발·제조·허가 등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매우 보수적 관점의 판단기준이 필요한 분야이다. 즉, 다른 과학 분야와 같이 첨단 기술을 바로 활용하지 못하고 장기간에 걸친 충분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새롭게 개발된 기술보다는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안정적인 방식을 선호함에 따른 첨단 기술 수요 부족이 이 기술개발에 가장 중요한 난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실험동물 중심의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정책적 결정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1969년 세 명의 미국인을 실은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나사 연구진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에 앞서 당시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1962년 9월 12일 휴스턴의 라이스 대학교 경기장에서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10년 이내에 달에 갈 것입니다!"라고 외쳤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년 9월 10일 미국 EPA(환경보호국) 앤드류 휠러(Andrew Wheeler) 행정관은 2035년까지 화학물질과 관련해 포유류를 실험동물로 사용하는 모든 연구와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며, 새로운 접근 방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하여 총 420만 달러의 연구보조비를 제공할 것임을 발표했다. 물론 미국 EPA의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동물실험의 중단으로 인하여 유해한 화학물질이 환경과 소비자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과학자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미국 EPA는 결국 동물실험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비전을 세운 것이고 이러한 비전 달성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미국은 그때까지 동물실험을 없애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동물실험 대체를 위하여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정부의 관계 부처에서는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연구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특히 2019년부터는 동물실험 대체기술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 마련 또한 논의되고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한국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센터(KoCVAM)'를 운영하며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으며, 필자가 몸담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또한 이를 기관 중점 임무로 삼아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첨단 기술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명확한 것은 동물 대체기술은 공공기술의 영역에서 개발되고 준비되지 않으면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이며, 존 F. 케네디가 그랬고 미국 EPA가 그랬듯이 우리나라 또한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동물실험 중지와 같은 명확한 비전 또는 사회적 합의가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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