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월 여객수 기준 대한항공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대한항공으로선 사실상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뒤지는 수모를 맛보게 됐다.
23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사별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여객 66만6148명을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한항공(54만9875명)보다 11만6273명 많은 수치다. 아시아나항공이 여객 수 기준 대한항공을 누른 것은 지난 1988년 창립 이후 30년 이상 동안 사실상 처음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대표 대형항공사(FSC)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두 업체 간 격차는 사실상 좁히기 힘들 정도다. 작년 12월 말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170대로, 아시아나항공(86대)의 배 이상이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제주항공 등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체의 항공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항공기 1대당 수백명의 여객이 탑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의 경제'에서 대한항공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100여 개 이상 도시에 취항했고, 아시아나항공은 70여 개에 그친다. 올해 1분기 여객 실적을 놓고 보면 대한항공이 524만6819명으로, 아시아나항공(412만8860명)보다 100만명 이상 앞섰다.
3월 FSC의 순위 변동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취항한 해외 국가가 많은 만큼 세계 각국의 한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에 대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근원지로 꼽히는 중국 노선 비중이 컸던 아시아나항공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 각국으로 창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국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19%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다.
이달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격차는 과거와 달리 크게 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객 수요 자체가 90%가량 급감한 만큼 양측 모두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갈 곳도 없다. 대한항공은 전체 여객기 100여 대를 주기장에 세워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사용토록 했다. 사업량이 정상화될 때까지 매달 전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여객통계 등 수치가 무의미해진 상태"라며 "이른 시일 내 정상화되기만 기다리는 처지지만 언제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