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를 몰고 온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외국 종목 분석 보고서는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직구(직접구매) 시대를 맞았지만 투자자보호 및 서비스는 뒷전인채 해외주식 투자자 유치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6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예탁원을 통한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총 137억6241만달러(약 1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월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전달과 비교해도 67% 넘게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주식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결제액은 123억8839만달러로 이 또한 역대 최대다. 미국 주식이 지난달 전체 해외주식 결제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많이 담은 종목으로는 미국의 애플(2억5917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알파벳(8094만달러)과 테슬라(7047만달러)가 뒤를 이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6755만달러)가 4위를 차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해외 기업을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는 535건이 쏟아졌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해외주식 전망을 포기하면서 총 19개사가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31건보다 100건 넘는 수치로 IBK투자증권(2건)과 미래에셋대우(1건), SK증권(1건), 케이프투자증권(2건) 등 4곳이 합세했다.
증권사별로는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해외 종목 보고서 발간 수가 1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이 117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KB증권(60건), 신한금융투자(42건), NH·유진투자증권(35건) 순이다.
그러나 해외직구족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제대로 된 정보는 거의 없어보인다는 분석이다. 기업분석과 직접 투자에 있어 첫 손에 꼽히는 목표주가와 매수·중립·매도 같은 투자의견이 거의 없는 데다 실적 공시에 짧은 논평만 내놓은 보고서도 많기 때문이다.
종목 보고서가 제시한 주된 내용은 투자선호도와 블룸버그 목표가 수준에 머문 상황이다. 문제는 증권사도 해외기업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제공 서비스는 비용이 수반되는 영역이라 거래수요 증가에 비해 정보제공 확대 속도가 늦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되레 분석 보고서 발간을 경계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9건의 분석 보고서를 낸 반면 올들어 단 2건을 발간하는데 그쳤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62건에서 35건으로 줄었다.
국내 주식처럼 기업탐방이나 시장 관련 자료 등 해외직구족이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IB들의 분석보고서를 참고해 국내 증권사들도 글로벌 대표 기업들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며 "해외주식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업종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보고서 작성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