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항공업계가 '시계제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하계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적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아예 하늘길을 모두 걸어 잠궜다. 공항 역시 운항중단(셧다운)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기 바쁜 공항은 주기장이 되어 버렸다.
◇항공업계, 하계일정 내기는 했는데…비운항 신청 준비 =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항공사가 코로나19 종식을 가정에 국토교통부에 하계 일정을 제출했다.
통상 항공사는 계절 변화에 따른 항공 수요, 세계 각국의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 실시 등을 기준으로 항공일정을 하계와 동계 시즌으로 나눠 운영한다. 하계 시즌은 매년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동계 시즌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맞춰 항공사들은 2∼3월이 되면 하계 시즌에 운항할 국제선과 국내선의 정기편 일정 국토부에 제출한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이 신청한 일정표를 일괄 취합해 인가한 뒤 전체 노선의 운항 규모와 국가별 운항 횟수, 지방공항별 운항 횟수 등을 분석해 언론에 공개한다.
국토부 집계 결과 항공사들이 신청한 올해 하계 국제선 정기편은 모두 주 5157회로 작년 하계(주 5083회)보다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수립한 계획대로 신규 노선 취항과 일본 노선 확충 등을 일정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표대로 운항은 사실상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각국이 자국민에게 이동 금지령, 자택 대피령 등을 내리며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은 총 176개 국가·지역에 달한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일단 코로나19 종식을 가정해 국토부에 하계 스케줄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당장 일정표 제출과 동시에 비운항 신청도 해야 하는 처지다.
◇항공사 연쇄 '셧다운' 우려…주기장된 공항 =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이날부터 셧다운에 들어간다. 국적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내선을 포함한 모든 운항을 접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제주항공이 기존 예약자를 맡을 예정이다.
이스타항공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전반으로 셧다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은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는 항공사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항공기 승객을 채우지 못한 채 운항을 하면서 손해를 보는 구조인 데다, 세워놓는 항공기의 경우 공항 임차료와 리스 비용을 계속해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공항 역시 셧다운에 직면했다. 이날 김해공항 국제선 항공편은 없다. 1976년 김해국제공항이 생긴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공항이 항공기 주차장이 되어 버린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 2월 17일 국내 LCC에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도 항공사 긴급 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