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8일 21대 총선을 겨냥한 인재영입 1·2호로 '목발 탈북'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대표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코치를 소개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영입하려다 갑질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무산된 뒤 2달여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혜영 교수와 원종건씨, 김병주 전 육군대장, 소병철 전 고검장, 오영환 전 소방관 등 인재영입 5호까지 발표하면서 흥행을 이어가자, 공 들여 준비한 반격카드를 선보였다. 한국당의 인재영입 1·2호의 키워드는 청년, 여성, 장애인 등 계층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까지 아우르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 대표는 일명 '꽃제비' 출신의 탈북자다. 14세 때 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다 선로에 떨어져 팔과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고, 2006년 목발을 짚고 탈북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북한인권활동가로서 국내외 사회지도자들을 만나 북한인권 개선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미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직접 연설을 지켜봤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 대표를 언급하면서 소개하자 목발을 들어 보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 대표는 이날 영입식에서 "어린시절 먹을 것을 구하러 석탄열차에서 떨어져 팔과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마취·항생제도 없이 수술을 받아야 했다"면서 "북한 경찰당국은 병신이 죽지 않는다고 고문하고,목발 짚은 저를 길거리 세워놓고 매질도 했다"면서 탈북 이유를 밝혔다. 지 대표는 이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저를 사랑해주신 정말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국민 한 사람으로 어케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신 소중한 많은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 대표는 한국당 입당과 관련해 "인재영입으로 이 자리에 오기까지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정말로 쉽지가 않았다"면서 "솔직히 말씀 드리면 한국당이 인권문제에 대해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 사실이나 (한국당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변화에 대한 확신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김 코치는 지난 2018년 한 방송에서 2016년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를 고소한 사실을 밝혀 '체육계 미투(#MeToo) 1호'로 꼽힌다. 김 코치 이후 여성 체육인들의 미투운동이 이어지고 이를 지지하는 여성단체의 성명이 나오는 등 체육계 폭력·성폭력을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기폭제가 됐다.
김 코치는 현재 경기도 일산에서 테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김 코치는 이날 자신을 "스포츠인, 여성, 아동의 웃음 지켜주고 싶은 테니스 코치 김은희"라고 표현했다. 김 코치는 "(미투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기 인권을 되찾고자 신고할 때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저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면서 "아무런 일도 못하고 좌절하고 있을 때 염동열 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제게 입당을 제안했다. 한국당이라 하면 인상을 쓰던 제가 이 자리 서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인권문제만큼은 당의 색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 대표와 김 코치의 공통점은 용기와 인권"이라며 "두 사람이 뜻하는 것을 한국당에 들어와서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재영입 1·2호인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대표,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