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승자는 실탄을 채우고 침묵하던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과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입찰 참여 이후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한 문장가량의 짤막한 입장을 내놓은 것과 달리, 애경 측은 항공업 경험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적극적 자세를 취했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1772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4542억원)까지 더할 경우 1조6314억원까지 늘어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보다 높은 금액을 써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HDC는 애경과 비교해 기업 규모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 순위에 따르면 HDC그룹은 33위(자산 10조6070억원)로 58위 애경그룹(자산 5조1600억원)보다 크다.
증권가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금액을 2조원 안팎으로 내다봤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은 1조원 후반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쩐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조용했다. 지난 8일 아시아나항공 본입찰 마감 이후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했으며, 매각주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놓은 게 다였다.
반면 애경 측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본입찰 직후 "애경그룹은 항공업에 대한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입찰자"라며 "우리나라 2, 3위 항공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체급을 키워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중복비용을 해소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험 전무한 사업자들의 자금만으로 장기적 체질 개선이 어렵다"며 '쩐'을 내세운 경쟁자를 견제하는 듯한 입장도 덧붙였다.
아울러 애경은 과거 20년간 세계 항공산업 내 주요 M&A(인수·합병)이 항공사 간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중국 동방항공과 상해항공, 브하질 골항공과 바리그항공, 루프트한자와 스위스항공 등이 대표적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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