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트럼프보다 더 큰 위험 `회색 코뿔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31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트럼프보다 더 큰 위험 `회색 코뿔소`")
아니나 다를까, 이날 발표된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27년 만에 최저치였다.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보다는 0.2% 포인트 하락한 6.0%로, 중국 정부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따로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3분기 성장률은 정부 목표 범위인 연간 6.0~6.5%의 바닥 선이었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국내외 언론은 하나같이 '쇼크'라고 표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수출이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 또한 위축세가 뚜렷해진데 따른 성장률 하락이다.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은 지난 수십년간 대성공을 거뒀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본격 추진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지난 40여년간 중국 경제는 연평균 9.5% 성장했다. GDP는 무려 155배 늘어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이 퇴진하고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자 기존의 경제시스템에 메스가 가해졌다. 2015년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는 '공급측 구조개혁'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낙후된 공급·생산 부문을 개선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시장에 돈을 풀어 내수를 촉진하고 경제규모를 늘리는 수요 측면의 성장에서 탈피하는 정책이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트럼프보다 더 큰 위험 `회색 코뿔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31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트럼프보다 더 큰 위험 `회색 코뿔소`")
'공급측 구조개혁'은 과잉생산 해소, 국유기업 개혁,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과잉에 시달려온 철강, 조선·해운, 건설, 시멘트 업종의 구조개혁이 단행됐다. 덩치만 큰 국유기업도 손을 봤다. 국유기업·지방정부·부동산 등 3대 부문의 부채 확대가 최대한 억제됐다. 불필요한 행정수수료나 세금 등은 철폐 혹은 축소했다. 이 개혁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그 곳으로 '트럼프 태풍'이 불어와 덮쳐 버렸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성장률은 6.6%였다. 올들어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이 감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6.4%, 2분기 6.2%, 이번에 3분기 6.0%가 나왔다.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6.2%로, 중국 정부로서는 '바오류'(保六·6%대 성장) 사수가 발등의 불이 됐다. 이미 주요 국제기구들은 내년 중국 성장률이 5%대로 내려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7%, 세계은행은 5.9%, 국제통화기금(IMF)은 5.8%를 각각 제시했다.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다. 경기 부양을 하고 싶지만 수단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과잉부채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회색 코뿔소'라는 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채무 확대를 수반하는 인프라 투자는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회색 코뿔소'를 더 살찌게 할 리스크를 안고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지구전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상황에서 '경기 급강하'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파괴력 강한 지뢰라 할 수 있다. 돌진하는 회색 코뿔소는 중국에게 있어 트럼프보다 훨씬 위험한 '현실'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