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재, 국산화 넘어 수출산업화가 답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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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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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재, 국산화 넘어 수출산업화가 답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한국과 일본의 소재전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극우언론의 자극적인 행태로 시작된 한일간의 소재문제가 이젠 소재가 아닌 국민의 자존심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싸움에서는 여러 말이 필요 없다.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일본의 소재산업 몽니에 대응해 정부차원에서 국산화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노력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해 보인다. 조기에 100대 품목의 공급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대 품목은 1년내, 80대 품목은 5년내 국산화해 공급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에 7조8000억원, M&A에 2조5000억원, 금융지원은 35조원 규모다. 총 45조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소재산업에서 한국의 대일적자는 223억달러다. 그런데 45조3000억원을 퍼 넣어 소재국산화를 한다는 것은 어째 좀 찜찜하다. 그간 많은 정부에서 부품소재 국산화를 얘기했고 화려한 장미빛 정책을 제시했지만 결과는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다.이번 정부의 국산화는 정말 이전처럼 끝나면 절대 안된다.

소재전쟁의 선두에 서있는 일본 화학기업을 보면 1900년대 초에 설립된 100년 기업들이다. 아베가 한국을 공격하는 데 100년 기업의 노하우를 무기로 쓴 것을 주목해야 한다. 20대, 80대, 100대 품목의 국산화도 좋지만 실력과 실리가 있어야 한다. 국산화 품목을 두자리, 세자리 수로 늘려서 '보여 주기식' 국산화가 아닌, 일본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할 아이템 10개만 정해서 최단시간내에 수입대체 하는 것을 보여주면 상황은 끝난다.

현실적으로 100년 기업의 노하우를 뛰어넘는 소재기술 100여개 개발하기에 시간도 실력도 쉽지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미 글로벌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세트업체들에게 애국심 구매를 요구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은 좋지만, 만약 소재부품 단 하나에서만 불량이 나면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상이 온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소재국산화는 수입대체만으로는 2% 부족하다. 한국의 반도체 LCD를 포함해 제조업 공장이 줄줄이 해외로 가고 있는 마당에 수입대체를 위한 국산화만으로는 2% 부족하다. 100년 기업의 노하우를 뛰어 넘는 신기술 개발은 쉽지 않은 일이고, 현실적으로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시장규모가 작으면 소재기업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핵심부품과 가장 크게 일본이 타격입을 10대 품목 정도로 국산화품목을 정해 속전속결로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답이다.

한국의 반도체소재 국산화는 당장은 일본과의 전쟁이지만 길게 보면 미래 중국과의 반도체전쟁에 있어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반도체는 미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왔고, 일본에서 다시 한국과 대만으로, 그리고 이젠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는 '국제이전 과정'에 있는 산업이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생산에서 세계 1, 2위 기업을 가지고 있지만 소재·장비에서는 톱 10 안에 들어가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치명적인 생태계의 맨 얼굴이다. 언젠가는 미국과 일본이 그랬듯이 반도체산업도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산업은 보냈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한 장비·소재산업은 독보적인 수준으로 남겨 한국과 대만, 중국 반도체 산업의 목을 여전히 쥐고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제조업인 '근육형 산업'은 보냈지만 소재인 '세포형 산업'에서는 길게 오래 장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소재국산화도 극일을 위한 수입대체가 아닌 수출산업화에 목표를 두어야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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