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살아남은 게 승리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17021022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살아남은 게 승리다")
왕쑤 글·선야오이 그림 / 보리출판사 엮음
북벌(北伐)을 완료해 불완전하지만 중국 통일을 일단락지은 장제스(蔣介石)는 1930년부터 1933년 3월까지 모두 4차에 걸쳐 공산당 토벌작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장제스는 독일의 한스 폰 젝트 장군을 군사고문관으로 초빙해 혁신을 꾀했다. 장제스는 요처마다 토치카를 건설하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5차 초공전(剿共戰)이다. 50만 병력에 항공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토벌전에 맞서 정면대결을 선택한 홍군은 참패를 거듭해 궤멸 직전에 이르게 된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포위망을 뚫기로 결정했다. 1934년 10월 15일 밤 장시(江西)성 루이진(瑞金)을 탈출해 1935년 10월20일 산시(山西)성에 이르기까지 '2만 5000리 대장정'이라고 불리는 퇴각 작전을 감행했다. 대장정 종착지인 옌안(延安)에 이르렀을 때 홍군의 수는 8만여명에서 7000여명으로 줄어있었다. 누가 보아도 참담한 패배였다. 하지만 이 '패배'는 그 뒤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에서 승리하는 기초가 됐고 중국 사회주의 건국의 동력이 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곧 승리"라고 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은 진실이 됐다.
이 책은 대장정을 그림과 간결한 이야기로 풀어낸, 상·하 두권짜리 그림이야기책이다. 이 책의 압권은 톈진(天津)미술학원 교수를 역임한 화가 선야오이가 그려낸 판화 기법의 삽화다. 화가는 대장정 길을 2번이나 답사하는 등 철저한 고증을 거치느라고 그림을 6년 만에야 완성했다. 독자들은 대장정 당시 공산당 지도자들과 홍군 모습, 대장정 과정에서 벌어진 주요 전투·사건들을 묘사한 926장의 삽화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대장정을 이해할 수 있다. 현대 중국을 제대로 알기위해선 '대장정'을 읽는 것이 '삼국지'를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장정 읽기는 사회주의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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