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근로시간단축, 得보다 失이 훨씬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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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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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근로시간단축, 得보다 失이 훨씬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는 기존의 주당 68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해서 작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한 배경은 먼저 노동자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다. 과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5일로 줄이면서 노동자의 후생이 증대된 것 같이, 근로시간 단축은 여가시간을 늘려서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후생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일자리를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조선 및 철강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여기에 정년연장으로 인해 청년실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지금,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실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은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우리경제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먼저 일자리를 줄여 노동자의 후생을 낮출 수가 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노동구조는 높은 임금을 받는 데다 고용에 있어 과보호를 받는 정규직과,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렇게 이중적인 노동구조가 정착된 배경은 기업과 정규직 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정규직 근로시간을 늘려 구조조정 이전보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기업과 정규직 노조에 의해 내생적으로 구축된 현행 노동구조 하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동시에 시행한 경우 일자리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노동자의 후생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만약 불가피하게 정규직 고용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은 조기 퇴직으로 이에 대응하면서 퇴직연령은 지금의 40대 후반에서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 주면서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다른 비용은 국민들의 경제활동시간이 줄어들어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를 하는 경제활동시간은 경기는 물론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경제활동시간이 줄어들면 성장률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된 지금,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비를 높여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수요 또한 줄여서 내수를 더욱 위축시킨다. 퇴근시간이 앞당겨지면서 귀가시간이 빨라져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기 퇴근으로 인해 시내 음식점을 비롯한 상점들은 대부분 영업을 일찍 종료하고 주말에는 영업하지 않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물론 내수시장 또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에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해외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늘어난 여가시간을 해외소비를 늘리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과 소비를 감소시켜 한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 성장률을 둔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추세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부작용을 고려해서 제도 운용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높은 경우는 다음해 인상률을 낮춰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만 단축된 근로시간은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워 그 충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법정근로시간 운용방안을 개선해 내수 위축과 성장률 둔화를 막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소재·부품의 연구개발에 있어 근로시간 연장을 검토하는 것과 같이 업종별로 그리고 노사가 합의할 경우 탄력적인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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