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대학 연구수행자가 `예비범법자` 전락한 현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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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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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대학 연구수행자가 `예비범법자` 전락한 현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009년 발간된 '세 잔의 차'(Three Cups of Tea)란 책은 미국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부문에서 82주 동안 연속 1위를 기록한 책이다. 29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500만권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K2봉에 오르다가 실패한 후 탈진했는데, 파키스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회복하고,이후 그 지역에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한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이후 설립된 중앙아시아재단은 엄청난 기부금으로 산골오지에 170여개 이상의 학교를 지어주었다. 버락 오바마도 노벨상으로 받은 10만 달러를 여기에 기부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대학교에서 명예학위를 받았고 수없이 많은 강연에 초대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께도 2011년 4월 한 언론사는 이 기부금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고, 결국 소송을 당한 이 책의 저자는 재단에 100만달러를 물어내게 되었다. 재단에 청구한 비용에는 휴가비용, 전세기 사용비 200만 달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부금의 41%만이 재단의 사업비로 사용되었으며, 나머지 비용에는 책구매에 사용한 300만 달러, 책광고 비용 500만 달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점 비도덕적이고 세속적인 생각들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특히 십시일반의 기부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많은 비영리 기관들은 그러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경우 그 목적을 위해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비용이 있고, 그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간접비용이 있다. 앞의 재단이 학교 짓는데 비용을 사용했다면 직접비이고, 기부활동독려나 단체운영관리에 비용을 사용했다면 간접비이다. 문제는 직접비 비율을 높이고 간접비 비율을 낮추는 것이 재단이나 기관의 운영목표여야 한다.

그렇다보니 잘못된 관리를 위해서 이중, 삼중의 모니터링망을 설치한다. 회사나 기관에는 감사제도가 있고 그 아래 감사팀이 있고 윤리경영팀, 준법감시팀, 현장관리팀, 현장모니터링팀, 고객관리팀, 옴부즈만제도 등이 중복해서 관리한다.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감사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고로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해당 사업의 성과보다는 과정에서의 사고예방을 더 중시한다. 결과적으로 과정관리는 문제가 없었는데 성과는 보잘 것 없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학의 연구과제 관리도 그렇다. 소규모의 연구과제도 반드시 학교에서 발행한 법인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법인카드를 받기도 전에, 과제수행기간이 끝나기도 한다. 대학의 연구비 비리가 자주 언론기사로 나오다보니, 대학은 연구수행자들을 범법 예비후보자로 집중관리한다. 연구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구수행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수십억원짜리 연구과제에서 기술이전 결과물은 없어도 되지만, 연구실 인건비 100만원의 미지급은 큰 죄가 된다. 그러다보니 일부 연구자들은 학교가 관리하는 연구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첫째는 자기규제, 즉 자율규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실천이 가장 어려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과거에 비해서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둘째,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에 과정관리보다는,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특정 과제를 지원하는 경우에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면 착수비용을 지급하고, 이후에는 약속한 성과를 내는 경우에만 과제완료에 따른 지원금을 집행하는 것이다. 부정수급 자체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지원제도에서도 일정 기준의 성과를 보이는 경우에 사후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다.

셋째, 모니터링과 감시를 하는데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개별관리가 아니고 집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모든 과정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정보의 독점이 왜곡을 낳고, 비리를 낳게 된다. 넷째, 규정을 위반하였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금연지역에서의 흡연, 교통신호 위반과 같은 위반에 대해서 과태료나 벌금을 소득수준별로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벌금이 최소 4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이다.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핀란드에서 시속 50km 제한 구간에서 27km를 초과해서 달린 한 사업가는 범칙금으로 1억 3000여만원을 내야했다. 소득에 따른 '차등범칙금'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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