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國本 흔드는 현금살포 포퓰리즘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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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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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國本 흔드는 현금살포 포퓰리즘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 잦은 추경 편성,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제도 변경, 무분별한 복지 사업 등으로 건전한 재정 운영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연례 행사가 되어버린 추경 편성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편성 사유로는 미세먼지 산불 등 재난 대응과 일자리와 경기 악화 대응의 두가지가 거론된다. 재난 대응에 대해서는 여야간 큰 이견이 없지만 경기 대응 목적의 편성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2017년 11조원대 일자리 추경 편성이 고용 창출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 본예산에 23조원이 기편성 되어있고 아직 제대로 집행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 편성은 지나치게 성급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다. 무엇보다도 5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책임있는 재정 운영의 자세라 할 수 없다. 추경은 본예산에 비해 대상사업 선정이나 타당성 검토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추경 규모를 정해놓고 지원 사업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와 제도 개편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올해 초 24조원에 달하는 지역사업에 예타를 면제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제도 자체를 손질하였다. 예타 평가 항목은 크게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 발전으로 구성되는데 경제성 비중을 낮춘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 내용이다. 종전 평균 19개월 소요되는 조사기간을 12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조사기관은 경제성 분석만 하고 기획재정부가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고쳤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예타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되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재정'이라는 곳간을 지키는 문지기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표심을 의식한 개편이라는 비판을 유념해 공정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48조원을 투입하는 '생활SOC' 계획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도서관, 체육관, 문화센터 등 대상 사업도 다양하다. 많은 예산이 낙후지역이나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투입되어 차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는 애물단지가 될 소지가 크다. 과거 정부를 '토건정부'로 비판한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배치된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대신 국무조정실이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챙기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사업 타당성을 촘촘히 따져야 한다.

현금 복지도 도를 넘어섰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전역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역화폐의 70%가 정책자금 형식으로 지원돼 현금 살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분기당 25만원씩 1년간 17만5000명에게 청년배당을 실시한다. 2022년까지 약 69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3년 전부터 연 10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을 나눠주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4%에 불과한 강원도 화천군은 관내 주민 자녀에게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재정자립도가 12.7%인 경남 하동군도 대학 신입생 입학금 전액을 지급한다. 경기 안산시는 1년 이상 거주하는 관내 대학생 2만명에게 반값 등록금 사업을 실시한다. 학기당 335억원이 소요된다. 저출산 대책 예산도 대부분 현금 지원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지방정부 예산의 78%가 현금 지원이다.

올해 처음 지급하는 청년구직 활동지원금은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사례다. 예산만 1500억원이 넘는다. 3월 체감 청년실업률은 25.1%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용돈 나눠주는 식의 현금 살포는 청년실업률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친투자·친기업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고용 유연화를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급선무다. 규제완화만 서둘러도 청년 일자리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32개 파견업종 제한을 풀면 9만개 일자리가 생기고 원격 의료 등 보건규제 혁파시 18~37만개 일자리가 늘어난다.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면 국본(國本)이 위태롭다. 재정규율을 지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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