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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편협한 눈으론 사람중심 경제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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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편협한 눈으론 사람중심 경제 어림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제조업의 위기가 경고 단계를 넘어 가시화되고 있다. 인건비는 치솟고 내수가 부진해 곪아가던 제조업이 수출 급감에다 중국 쇼크로 이제 생명이 위중한 중환자가 되었다. 제조업이 시름시름해도 반도체가 수출을 이끄는 덕분에 무심하게 넘어갔지만 반도체마저 수출이 20% 이상 감소해 멀쩡한 업종을 찾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시한폭탄과 같은 신세다. 제대로 주목조차 받지 못했지만 고용이 몰려있는 소규모 부품업체의 다수는 숨만 쉬고 있고 일부는 이미 문을 닫았다. 이대로 가면 연쇄 부도와 대량 실직사태가 터지고 말 것이다.

이상하게도 정부는 너무 조용하다. 위기에 내몰린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도 외면하고 있다.미안한지 제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영양제를 주는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자금 지원 등 뻔한 대책으로 생색이나 내고 있다. 제조업 위기의 본질은 노동문제인데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GM대우 군산공장 폐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통상임금 분쟁,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물량 확보 실패에 영향을 미친 강성 노동조합 감싸기 정책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도록 부추겼다.

지금의 제조업 위기는 정부가 자초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소득주도성장으로 미화했지만 인건비 급등과 고용·작업 관행 경직화로 제조업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혔다. 게다가 탈 원전정책으로 원전산업을 졸지에 붕괴시켜 고숙련 인재는 나라를 떠나고, 남아있는 근로자는 급여가 많고 고용이 안정된 좋은 직장을 잃게 되는 참담함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바꾸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고용대란을 피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노사협력의 분위기는 실종됐다.

정부가 제조업 위기에 무덤덤한 이유, 위기를 극복하자고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은 고사하고 눈치만 살피는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고 착각하고 있다. 공공부문 고용을 늘린 것은 물론 민간부문 일자리도 공공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라면서 싫다는 현대차를 끌어넣어 자동차공기업을 만들었다. 이것을 획기적인 일이라고 선전하면서 군산 등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공기업을 만들겠다고 한다. 국민 세금으로 관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미몽이 제조업 위기를 키우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한국을 뛰어넘을 정도로 커지자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은 합종연횡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의 조업 중단은 세계 제조업의 변화무쌍한 현실을 보여준다. 민간기업도 버티지 못하는 판에 정부가 만든 공기업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국민에게 죄를 짓는 정책이다. 문 대통령이 수소경제 전도사를 자처한 것도 오판이다. 전 세계 자동차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은 전기자동차에 집중하는데 수소차로 대응한다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발상은 한국 자동차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
제조업을 살리려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린다.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사가 힘을 합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하다가 고용대란의 비극에 처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정부는 제조업 위기를 선언하고 노동계의 협력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ILO협약 비준이 아니라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절박한 일부터 해야 한다. GM대우 사태의 경우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군산시가 노동계와 손잡고 해법을 찾다가 악화되었다. 같은 일이 지금 르노삼성에서 재연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위기 해결사로 거듭나야 한다. 완성차의 붕괴를 방치하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소규모 협력업체 근로자일수록 삶은 더 망가진다. 지역 사회는 초토화되어 가게는 문을 닫고 빈집이 즐비해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악몽이 벌어지게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편협한 눈으로는 사람중심 경제를 만들 수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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