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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전 줄이고 미세먼지 잡겠다는 矛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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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원전 줄이고 미세먼지 잡겠다는 矛盾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미세먼지 줄이려면 탈원전 폐기하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숨 막혀 죽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날씨가 더워서도, 누구 또는 무엇에 괴로움을 당해서도 아니다. 진짜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소리다. 비행기의 기총소사는 피할 길이 있지만 미세먼지·초미세먼지는 피할 길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입은 경제적 손실은 4조원을 넘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에 이른다. 경제적 손실이 아무리 크다 해도 숨 쉴 수 없는 고통에 비하겠는가. 정부는 재난문자 보내고 마스크 쓰라거나 외출자제하라는 게 고작이다.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민심이 나빠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인공강우 실험을 언급하며 중국정부와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공기정화기 설치 등도 지시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보여주기' 대책에 불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미세먼지 30% 감축'을 공약했다. 그렇다면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이 아니라 '미세먼지 상황판'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원전시설을 더 늘리기는 커녕 미세먼지 발생 제로(0)인 원전을 폐기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원전 안전성이 문제라면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원전수주 외교를 왜 펼치는가.

탈(脫)원전과 함께 탈석탄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석탄발전은 2016년 전체 발전량의 36%에서 2018년 43%로 늘었다. 그만큼 미세먼지를 더 발생시킨 것이다. 80%를 넘었던 원전이용률(최대 가능 발전량 대비 실제 발전량 비율)은 2017년 71.2%에서 2018년 65.9%까지 떨어졌고 원자력 발전량은 2016년 31%에서 2018년 23%로 줄었다.

중단한 신한울 원전을 건설하거나 원전 발전량을 10%만 늘려도 석탄발전 미세먼지를 17%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했는데 탈원전 폐기를 왜 거론조차 안 하는가. 사태가 급해지면 대책을 세운다고 법석 떨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도심에 공기정화기 설치·인공강우 실험 추진 등을 말하며 장관들이 학교나 거리로 달려 나가 민심을 달래는 시늉을 하는 건 대책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상시적 위협이다. '보여주기 쇼'로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겠는가. 미세먼지는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선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수치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자료 등을 보면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이 확인된다. 더욱이 중국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칠 중국 동부지역에 엄청난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지역·시간·기상상태·계절별로 중국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자료를 갖고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외교능력을 보여라.

중국은 우리의 사드 배치에 치졸하고 집요하게 반발하고 보복했다. 숨을 쉴 수조차 없게 하는 미세먼지 폭탄을 퍼붓는 중국에 정부는 왜 항의 한 번 못하는가. 도롱뇽 죽는다고, 미국 쇠고기 먹으면 죽는다고, 사드 배치로 전자파에 노출된다고 난리치던 환경·시민단체는 어디로 숨었는가.

한국과 중국 정부는 20여 년 전부터 중국발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중·일·러·몽골 등이 참여한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도 작년에 출범했다. 하지만 걸음마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한·중·일 3국의 리더십과 협력 부재 때문이다. 한·중, 한·일 갈등을 푸는 외교를 펼쳐야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문제 해결의 길도 열린다. 유럽처럼 미세먼지를 함께 잡자는 구속력 있는 '미세먼지 협약'을 맺는 것도 서둘 일이다.

외교적 노력과 함께 우리 스스로 탈원전 폐기와 미세먼지 발생원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미세먼지 잡는 것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늘어날 전력수요 충당은 현재의 당면과제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하는 건 미래의 이야기다. 원전 줄이고 석탄발전 늘리면서 미세먼지 잡겠다는 건 발 묶어놓고 뛰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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