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과 백인 우월주의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뉴질랜드 테러사건이 세계 전역에서 확산하는 문제(백인 우월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나는 이게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수의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일이 아마 이런 경우일 것이다. 나는 아직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건의 용의자가 쓴 온라인 선언문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용의자는 '대전환(Great Replacement)'이라고 이름 붙인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과 공동의 목표를 새롭게 한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끔찍하다"고 했으나, 테러와 백인 우월주의 사이의 가능성을 부인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이번 사건이 유럽과 러시아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반(反)이민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치를 비롯한 유럽의 극우세력을 연구해온 프랑스 역사학자 니콜라 르부르는 용의자가 선언문에서 1930년대 영국 파시스트 오스왈드 모슬리를 인용했다는 점을 주목해 백인우월주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모슬리는 2차대전 당시 영국 파시스트들의 지도자였다. 유대인과 흑인들을 철저히 배척하자고 주장했고, '유럽인'을 오직 백인만 지칭하는 말로 사용했다. 르부르는 또 용의자의 선언문 제목이 지난 2011년 인종차별주의적 사상을 가진 프랑스 작가 르노 카뮈가 쓴 책의 제목에서 따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테러사건의 용의자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는 이날 5정의 총기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2곳을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49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태런트는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뉴스부기자 dtnews@dt.co.kr
뉴질랜드 알 누르 이슬람사원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 무장경찰이 출동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오클랜드 로이터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