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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의 `노딜`은 옳은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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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트럼프의 `노딜`은 옳은 판단이었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국가의 위상 추락과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른 엄청난 전쟁 배상금에 눌려 국민은 지쳤고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1차 대전의 후유증으로 몹시 지쳐 있었다. 평화를 원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독일 재건의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인물이 바로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뛰어난 언변으로 대중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위대한 독일 재건을 부르짖었다. 물론 히틀러의 그러한 외침은 과대망상이 불러온 망령이었다.

히틀러는 독일계 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Sudetenland) 지역을 독일에 넘겨주기를 요구하고,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땅이라고 선언했다. 1938년 9월 29일 영국의 체임벌린, 프랑스의 달라디에,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뮌헨에서 회동하여 뮌헨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수데텐란트는 독일에 넘어갔다. 정작 당사자인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는 참석하지 못했다. 체임벌린은 협정서를 들고 영국으로 돌아와 드디어 유럽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자랑했다. 사실은 평화를 구걸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반면에 위장 평화 공세로 주변국을 안심시키고 시간을 번 히틀러는 무장을 완료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이 전쟁에서 유대인을 비롯한 비전투원 6백만 명을 포함하여 4천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의 '뮌헨의 비극'에서 "한 국가가 약속을 지키고 동맹 국가와 맺은 조약의 의무에 따라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내자는 명예(honour)"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프랑스 정부가 자신의 충실한 동맹국인 체코슬로바키아를 그런 운명에 맡긴 것은 우울한 실수였으며, 그로부터 무시무시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영국도 프랑스 정부가 그런 치명적 과정을 밟도록 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조장한 점은 유감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명예롭지 못한 행동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처칠의 회고담을 꺼낸 것은 지난 2월 27~28일 미국과 북한이 하노이에서 벌였던 핵 담판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쁜 딜보다는 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예를 지켰다. 그가 지난해 6월의 싱가포르 회담에서 했던 어정쩡한 합의를 만회하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했든, 현재 미국 내에서 정치적 궁지에 몰려 그랬든, 미국은 물론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 등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서 그랬든, 그는 결과적으로 명예를 지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무자 간의 합의문으로 작성되었다는 이른바 '스몰딜'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이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한국 사람들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것을 일단 막았기 때문이다.
명예는 중요한 도덕 규칙의 하나이다. 수많은 이기적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도덕 규칙은 법과 함께 사회 유지의 중요한 골격이며, 명예는 개인들 간의 상호 신뢰의 바탕이기도 하다. 신뢰가 없이는 유의미한 인간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동맹국 관계이면서도 동맹국을 배신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대미 외교와 대일 외교는 우려스럽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 가장 노심초사해야 할 당사국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제3자나 방관자가 될 수 없다. 그런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 및 가까운 우방국인 일본과 외교적·군사적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행동이다. 한국의 국익을 해치는 행동이다.

또한 튼튼한 국가 안보는 진정한 민주정(民主政)의 필요조건인 바, 국가의 변경이 튼튼하지 못하면 민주정도 파괴된다. 북핵 문제는 시간이 걸리는 아주 어려운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한국민의 안위는 물론 민주정의 튼튼한 착근을 위해서도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결코 지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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