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中 실리·명분의 빅딜, 한국의 선택은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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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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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美中 실리·명분의 빅딜, 한국의 선택은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미국과 중국이 2월말 타결을 목표로 무역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에서 만나 미·중 무역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미국 대표는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대표는 무역불균형·기술이전·지재권 분야에서 건설적 논의가 있었고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협상 결과에 대한 양국의 평가에서 온도차가 느껴진다.

미중 협상 과정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것 중의 하나는 2024년까지 중국이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이다. 현재 진행형인 미중 협상을 지켜보면서 실리와 명분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은 실리를 챙기는데 있어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일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중국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의 방법으로 미국산 콩 등 농산물, 에너지, 공산품, 서비스 수입 확대를 제시했다. 연간 3800억 달러를 넘어선 무역불균형을 향후 6년 안에 해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약속을 수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중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미국도 중국에게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중국은 개방을 통해 국내 개혁을 촉진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전략 아래 시장을 더욱 개방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개방의 속도가 너무 늦고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 대표가 협상이 끝난 후에 중국의 산업과 통상정책의 구조개혁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언급한 이유다.

중국은 미중 마찰이 단순히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데 미국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강경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에게 미국이 줄 수 있는 명분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 속도와 방향성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건설적이고도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 이유는 바로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앞으로 있을 양국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종전으로 이어질 지, 아니면 휴전 상태가 지속될지 결정될 것이다. 정상 회담을 통해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협상이 실패로 끝나 관세 전쟁이 다시 격화될 경우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양국이 모두 이전에 비해 타결을 더욱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을 위해선 중국이 개방 속도를 가속화하고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확신을 미국에 줄 수 있어야 한다. 미국도 중국의 산업정책(중국제조 2025)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양보가 없다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상호 실리와 명분의 교환이 이루어질 때 빅딜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중 통상마찰을 바라보는 제3자인 우리의 기대는 무엇인가. 미중 마찰이 세계 보호주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에는 보다 개방적인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가 줄어들기를, 중국 시장이 보다 개방됨으로써 주변국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각각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미중 협상이 미중 간 무역불균형 해소로 끝나버리는 경우, 그것이 우리에게는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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