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열저장 캡슐을 온수관을 통해 이송하는 방식의 신개념 난방기술을 선보였다.
신유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박사팀은 PCM(상변화물질) 캡슐을 이용한 열수송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PCM의 대표적인 물질로는 양초의 재료인 파라핀 오일이 있다. 이 물질은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 시 열을 흡수해 내부에 저장하고, 반대로 다시 고체로 바뀔 때 저장된 열을 방출하는 특성이 있다. 신유환 박사팀은 열을 흡수시킨 PCM을 작은 타원형의 구슬모양으로 캡슐화해 배관을 통해 이송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개발된 PCM 신물질은 고체에서 액체로 바뀔 때 약 5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특히 같은 온도의 일반 물보다 70배 이상 많은 열을 내부에 저장할 수 있다. 따라서 PCM 캡슐을 활용하면 기존에 110도로 수송해야 했던 지역난방 온수를 50도로 수송할 수 있다. 온수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열 손실이 크게 줄어들고 고온·고압으로 인한 배관 안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 물질은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해 환경·경제적 이점도 크다.
신유환 박사팀은 2017년부터 PCM 열수송 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번에는 기존의 딱딱한 구슬모양의 열 저장 용기를 아주 작은 마이크로 사이즈의 유연한 타원형 캡슐 형태로 바꿔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이전보다 열전달 성능은 5.5배 높이고 열 저장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였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마치 주유소 같은 개념의 열공급소를 세워 온수를 공급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또 건축물 온도제어에 기술을 활용하는 일명 '열에너지 플러스 빌딩'도 연구하고 있다. 여름철 건물 외벽의 뜨거운 열을 벽면 내부 PCM 캡슐에 저장한 후 지하 땅속에 단열해 보관하고, 겨울철에 다시 꺼내 건물 난방에 쓰는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겨울철에는 냉기를 저장했다가 여름철 냉방에 쓸 수 있다.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는 앞으로 3년간 기술을 집중 연구해 2025년까지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신유환 박사는 "정부·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PCM 열수송'이 미래 신산업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하에 KIST 기관고유사업의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저널인 '에너지 변환·관리' 최신호에 게재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KIST 신동호 박사(왼쪽)와 신유환 박사가 상변화 캡슐을 이용한 온수공급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