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시론] 美 연준, 금리인상 사이클 끝내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2502102369660001[1].jpg "[시론] 美 연준, 금리인상 사이클 끝내나")
작년 11월만 해도 2019년 네 차례의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던 미연준의 입장변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작년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년 금리인상기대가 두 차례로 줄어들더니, 1월 들어선 금리인상이 한 차례 또는 경우에 따라선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계기가 된 건 지난 4일 파월 미연준의장의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 인터뷰. 매파로 널리 알려진 파월의장이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보는 앞에서 '만약 보유자산 축소(deleverage)가 문제가 된다면 정책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과 보름여 만에 비둘기파로 180도 입장을 바꿨다. 특히 시장에선 그가 '정책집행에서의 인내심'(Be patient)이란 문구를 사용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2015년 3월 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인내심이란 단어가 삭제되면서 금리인상이 시작된 만큼, 이번에 그 단어가 재등장한 건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정책기조가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이유가 뭘까. 트럼프의 금리인상에 대한 강공압박이 통했단 얘기도 있지만,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여건이 기대와 달리 여의치 않기 때문이란 게 대다수 의견이다. 첫째, 미연준이 미국 경기둔화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때 장단금리 역전현상에 대해 '수익률곡선을 두려워 말라'(Don't fear the yield curve)는 분석보고서까지 내기도 했지만, 작년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4.2%에서 3.5%로 크게 떨어진데다,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이 장기화될 경우 1분기 성장률이 제로로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험적으로나 통계적으로나 미국 금리인상의 가장 큰 영향변수는 물가다. 따라서 물가상승압력의 완화도 미연준의 금리인상 스탠스를 변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작년 12월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8개월 만에 전월대비 0.2%p 하락했는데, 이는 시장기대(0.1%p 하락)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셋째, 주식급락에 대한 우려도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주가는 리만사태로 급락한 이래 거의 10년 가까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주식 버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측면도 있었다. 따라서 미중무역 전쟁, 셧다운요인도 작용하긴 했지만, 작년 12월과 금년 초 3~4차례 미국주가가 대폭락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시장불안요인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금리전망은 어떤가. 골드만삭스,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부분 올해 2회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처럼 1회의 금리인상을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금리인상기대가 줄어든 만큼, 시장금리도 당초 예상보단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는 금년 말 미 국채금리(10년) 예상을 이전 3.2%예상에서 3.0%로 0.2%포인트 떨어뜨렸다. 그럼 미래금리를 선반영한다는 선물금리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나. 연준금리의 미래기대치라 할 수 있는 연방기금 선물금리로 보면 대략 금년 12월 2.55%, 내년 12월은 2.39%다. 말하자면 현재 연준금리가 2.25%이므로 금년말까지 0.3%포인트, 즉, 대략 한차례 금리가 인상됐다가 금년 말을 정점으로 내년부턴 금리가 하락할 거란 얘기다.
아무튼 미연준의 이러한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우리나라 특히 금리정책방향을 정해야하는 한국은행에겐 일단 부담을 덜어줬단 점에선 긍정적이다. 오히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0.5%포인트나 낮아 자본유출위험이 있는 상태인데,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둔화와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금리정책 변화의 기저에 경기둔화요인이 강하게 깔려있다고 보면, 우리나라 경기둔화압박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꼼꼼한 시나리오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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