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비판 수용않는 정부 末路는 불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2102102369660002[1].jpg "[시론] 비판 수용않는 정부 末路는 불행하다")
'가짜뉴스'에 "단호히 대처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내린 지시다. 언론이 가짜뉴스를 지속적·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경제실패 프레임' 때문에 경제정책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국민이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제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나는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면 내 작품이라고 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것이면 가짜라고 한다"고 말했다. 진짜라도 마음에 안 들면 가짜라고 우기고 싶다는 뜻이다. 가짜뉴스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그런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닌가.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예는 2008년 광우병 보도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거짓 선동에 많은 국민은 속았고 광화문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세월호 사건이나 최순실 사태, 사드배치 반대 때에도 일부 언론과 방송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근거 없는 소문을 보도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사회분위기는 가짜정보를 생산·유포한 세력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지금도 그와 비슷한 가짜뉴스와 불공정·편파보도는 넘쳐난다. 유튜브 방송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판에 가짜공약과 주장이 많다는 건 다 아는 일이다. 당선되면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쌀 개방을 막겠다"고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약은 가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 효과는 다 보고 약속은 파기했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던 문 대통령이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이 어렵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
악의적 가짜뉴스와 불공정·편파보도는 당연히 배척돼야한다. 우선 정부부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을 멈춰야한다. 정책을 알리는 것과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다르다. '최저임금 긍정효과 90%' '거시경제 기조 견고' '고용의 질 개선' '최저임금 주휴수당, 기업에 추가부담 없다'는 등등의 발언은 정부 발(發) 사실 왜곡이었고 가짜였다. 탈(脫)원전을 추진한 이유도 설득력이 없고 전기요금도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계산도 엉터리였다.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가계소득 늘었다"고 했지만 소득계층 상위 20%는 늘었어도 보호돼야할 하위 40%는 오히려 줄었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진 것이다. "한국은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이며 청년 고용률은 사상 최고"라는 것도 사실 왜곡이었다. 똑같은 사실과 통계를 놓고서도 평가와 해석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
대통령은 "고용이 나빠 할 말 없게 됐다"면서도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정책의 결과 삶이 얼마나 좋아질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쟁력과 생산성을 외면한 게 정책실패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글로벌체제에서 어떤 경제든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버틸 수는 없다. 경제정책은 온갖 희생을 각오하고 탈환해야 하는 고지점령은 아니다. 정부가 서둘 것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으로 기업을 뛰게 하는 일이다. 기득권 노조에 호소만 하고 말 일이 아니다. 기업은 채용을 꺼리고 함께 일하던 사람을 줄여 버티려고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든 혁신성장 또는 포용성장이든 많은 국민은 밤을 새워서라도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먹고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경제현장의 실상을 보도하고 정책을 비판하는 뉴스가 가짜인가, 사실과 거리가 먼 불공정·편파·왜곡보도를 하고 중요한 사건과 정보를 일부러 외면하는 게 가짜인가.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에 가짜뉴스라는 굴레를 씌워 경제실패의 탓을 돌릴 일은 아니다.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정권은 불행한 길로 가게 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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