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시론] 공급중시 산업정책 절실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1702102369660001[1].jpg "[시론] 공급중시 산업정책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제팀에게 정책성과를 내는데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노동과 대기업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으며 근로시간을 단축했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관행을 해소해 공정경쟁제도를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성장률 또한 낮아지면서 경기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우리경제의 해법을 찾는 데에 있어 미시적 요인과 거시적 요인 모두를 중시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팀은 대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와 중소기업과의 불공정거래가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으로 봤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기업 지배구조에 정통한 학자들을 중용했으며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은 경기침체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같은 거시적 요인에도 있다. 과도한 기업규제는 투자의욕을 위축시켜 성장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줄어들게 한다. 실제로 2% 대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매월 20~30만개씩 늘어나던 일자리가 작년에는 9만7000개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와 같은 미시적인 요인과 더불어 기업투자나 성장률과 같은 거시적 요인을 중시하는 정책을 수립해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특정부문보다 경제전체를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노동계층의 후생을 높이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왔다. 임금을 높이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에 주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의 27%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이 줄어들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임금인상은 물가를 오르게 해 임금-물가상승의 악순환에 빠져 들게 할 수 있다. 아무리 명목임금이 올라도 주택가격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더 오를 경우 실질임금이 하락해 목표로 하는 노동계층의 후생은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노동부문은 물론 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임금 및 노동정책을 결정해 노동계층의 후생을 높이는 정책성과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을 중시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 소비수요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전략은 수요부족이 일자리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중요한 원인은 공급측면에도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등 우리 주력산업이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자리 정책의 초점을 공급 측면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산업정책에 두어야 한다. 이미 외국의 경쟁국들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산업정책으로 승부하고 있다. 중국은 '제조 2015', 일본은 '재흥정책' 그리고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문 대통령이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집권 3년차를 맞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여건은 만만치 않다. 미국 경기는 다시 침체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집값과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청년실업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노동계층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늘리는 것 또한 필요하다. 공급측면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임금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좀 더 신축적으로 운용할 때 기업투자가 증가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정책성과를 얻을 수 있다.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면서 한국경제를 지금의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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