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말의 성찬만 춤추는 文정부 경제정책](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2602102369640002[1].jpg "[시론] 말의 성찬만 춤추는 文정부 경제정책")
2018년이 저문다. 해가 바뀌면 봄은 가까워진다. 경제는 자연현상과는 다르다. 올해 세계경제는 비교적 좋았지만 한국만 홀로 나빴다. 어설프게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정책 탓이다.
그동안 경제난의 위기신호는 곳곳에서 울렸지만 정부는 경제체질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거나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한가한 분석을 했고 최저임금의 긍정효과는 90%라고도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엉뚱한 주장만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지표가 견고하다고 할 수 있으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과 민생지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고용과 민생의 어려움을 대통령이 인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거시경제지표는 견고하다고 했다. 몸 상태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간이 나쁘고 심장에 이상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진단이다. 경제성장·투자·물가·소비·경기상황 등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거시경제상황이 견고하지 않다. 주력업종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감소세를 보였고 반도체 수출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그동안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한 참모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이제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 느끼는 것인가. 지난 17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확대 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경제장관회의를 처음 열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년 2월까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언급이 그렇다면 당장 내년의 최저임금 인상과 현실에 맞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가시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기업이 한가하게 2020년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그들은 당장 2019년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가를 걱정한다. 올해 자영업자 폐업은 100만 곳에 이르렀다. 며칠 후면 2019년이다. 또 10.9% 오르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는 영세사업장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기업을 압박하고 고용시장에 찬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런데 정책의 혼선과 엇박자가 또 나타났다. 지난 20일 차관회의에서 '실제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토·일요일)'까지 근로시간으로 간주해 최저임금액 산출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보완조치를 언급한 3일후의 일이다.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에다 유급휴일까지 근로시간에 포함해서 최저임금 시급을 계산하면 어떤 기업이 견뎌낼 것인가. 고용노동부는 혹을 떼는 것이 아니라 훅을 더 붙이려했다.
이 개정안은 24일의 국무회의에서 논의, 최저임금 산정에서 노사가 유급휴일로 합의한 약정휴일(통상 토요일)은 제외하고 법정 주휴시간(통상 일요일)은 근로시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은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최저임금을 보완한다고 했지만 시늉에 그쳤고 기업의 부담만 키웠다. 대통령의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보완조치' 언급은 허공의 메아리가 된 셈이다.
한국경제에 봄이 오게 하려면 정책혼선부터 거두고 정책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외면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일자리 만들고 경제 살리겠다는 건 말장난이지 정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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