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3重 딜레마` 금리정책 직시하자

[시론] `3重 딜레마` 금리정책 직시하자
    입력: 2018-12-06 18:11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3重 딜레마` 금리정책 직시하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를 높인 배경은 금융불균형의 누증에 있다. 저금리로 늘어난 시중유동성이 기업투자와 같은 생산적인 부문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에 몰리면서 서울 집값이 폭등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책임이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은행은 결국 물가가 목표수준보다 낮고 내년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이 비록 소폭이지만 중요한 이유는 통화정책의 기조가 그동안의 완화에서 벗어나 긴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주열 총재는 현재 금리가 성장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금리보다 낮다고 해서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금리인상이 우리경제에 미칠 수 있는 큰 영향을 고려하면 내년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경기의 경착륙을 막도록 신축적인 금리정책을 펴야 한다.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것이 우려된다. 또한 감소되고 있는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전망된다. 우리경기가 침체되고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충격보다는 공급충격에 있다. 주력산업의 중국이전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어 구조적으로 고용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소비증대와 확대재정정책으로 수요를 늘려 막으려 하고 있으나 공급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를 경착륙시킬 수 있다. 정책당국은 경기의 정점이 작년 2분기였으므로 2년의 경기순환주기를 고려할 때 내년 하반기이후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서울집값은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금융부실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은 내년 금리정책을 경기의 경착륙을 막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자본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12월 금리를 다시 높일 경우 미국금리가 우리금리보다 0.75%까지 더 높아지면서 자본유출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자본유출은 환율과 금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금리를 높인 2006년에도 미국 금리과의 금리차이가 1%까지 났지만 환율이 하락하면서 당장에는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환율이 하락하고 과거와 달리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서 자본유출의 우려는 낮아져 있다. 그러나 자본유출은 금리와 환율 외에도 국내경기 침체 때문에도 발생한다. 경기침체로 기업이 도산하면서 자본유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중국의 추격에 국내 노사분규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신산업에 대한 투자처를 찾지도 못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전망은 어둡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경기를 침체시켜 자본유출을 발생시켜 우리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금리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으면서 동시에 경기침체로 인한 자본유출을 피하게 할 수 있는 신중한 금리정책의 운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계부채의 부실을 우려해야 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과거에는 기업부채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가계부실을 염려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은 실업을 늘리면서 기업부실을 가계부실로 전이되게 만들었다.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부동산 구입용도 있지만 생계형이 많다. 금리인상은 이자부담을 늘려서 가계소비를 더욱 줄여 경기를 침체시키고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세금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부채는 더욱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저소득층의 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서민금융을 확충해야 하며 한국은행은 급격한 금리인상을 자제해서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가계부실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경기의 경착륙을 막고 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자본유출을 막아야 하는 트라이레마(trilemma) 상태에 빠져 있다. 지금은 한국은행의 현명한 금리정책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