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경제, 세 가지 축으로 다시 생각한다

[예진수 칼럼] 경제, 세 가지 축으로 다시 생각한다
예진수 기자   jinye@dt.co.kr |   입력: 2018-07-24 18:00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경제, 세 가지 축으로 다시 생각한다
예진수 선임기자
여름이면 어디를 가나 흘러나오는 노래가 람바다다. 흥겨운 리듬으로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낸다. 경쾌한 댄스 음악 '람바다' 원곡은 안데스 민요 '울면서 떠났네'다. 원곡을 들으면 이 노래가 원래 이런 노래였냐고 깜짝 놀랄 정도로 슬픈 노래다. '어느 날 나를 울렸던 그가 울면서 떠났네/ 언젠가 가볍게 여겼던 사랑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겠지'라는 가사와 슬픈 곡조로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을 가슴 아파하는 노래다. 심지어 람바다는 브라질어로 채찍을 뜻한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혼성그룹 카오마는 슬픈 멜로디를 흥겨운 노래로 만들었다.

카오마가 슬픈 민요를 흥겨운 댄스 음악으로 바꿔 놓는 것처럼 딱딱한 노동정책조차도 신바람 나는 정책으로 바꾸는 게 정부의 능력이다. 역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신나게 일하도록 하겠다는 노동시간 단축, 저소득층 소득을 올리겠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한국경제 운용의 최대 난제가 됐다. 각종 보완책을 내놔도 자영업자들은 '죽은 다음에 명약을 내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부르짖는다.

'주역'의 '계사전'에 '지미지창(知微知彰, 작은 기미도 알고 큰 것도 안다)'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미와 이미 드러난 사실을 모두 분명히 알아서, 기회를 살리고 어려움을 막아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철저한 현장 진단과 함께 '지미지창'의 자세로 머리를 싸매고 부작용을 들여다봤다면 초유의 최저임금 불복종 사태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이 한 번만 삐끗해도 치명적 피해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젠가 경제학 교과서에 실릴 것이다. 20년간 자동차 부품 산업을 해온 기업인에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다. A대표는 "내년에 자동차 부품업체 70∼80%가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워 허덕댈 것"이라고 말했다. 귀를 의심했다. "자영업도 아닌 자동차 부품업체의 70%가 해당된다니 믿기 어렵다"고 반문했다. 우리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해 있는 현실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고도성장기 때였다고 해도 불과 2년 사이 29%나 오른 최저임금은 감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두 이슈는 이미 풀 수 없는 매듭으로 얽혀있다. 거센 물결이 엎친 데 덮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때문에 힘겨운 부품·협력업체들을 그로키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부품업계 B사장의 말이 그렇다.

"근로시간 단축은 오는 2021년 7월까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한다지만 이미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많은 중소업체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확실하게 단축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번 나가버리면 쉽게 인력을 구할 수 없어 큰 타격이다."

상반기에 최저임금 문제가 곪아 터졌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은 치명적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압력의 악순환'이다. 관료들은 무슨 문제가 생길 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압력이 심해져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근원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결국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받아들이는 쪽은 기분이 나빠 만족할 수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이 정권의 명운을 흔드는 최대 이슈로 등장한 이유다.

기업들은 총성 없는 싸움터에서 한국을 대표해 외국 기업과 경쟁하는 국가대표선수다. 유독 기업인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도록 해서는 안 된다. 무역 전쟁의 포문은 열렸고, 산업 지축을 흔드는 변화의 물결도 거세다. 경제정책 수립도, 노동문제도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 구조 개혁, '혁신 선도자(First Mover) 전략'이라는 3개의 축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노사는 한국경제가 다가오는 '퍼펙트 스톰(경제 폭풍)'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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