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칼럼] 반도체 이을 메가트렌드 산업 시급하다

[서낙영 칼럼] 반도체 이을 메가트렌드 산업 시급하다
    입력: 2018-07-10 18:00
서낙영 논설위원
[서낙영 칼럼] 반도체 이을 메가트렌드 산업 시급하다
서낙영 논설위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인미답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단일 품목으로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월별 100억 달러 수출을 넘어섰고, 연간 1000억 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다. 규모뿐만 아니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7.4%에 달했고, 올해는 20%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난 6월 반도체 수출은 111억 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한국경제의 마지막 보루이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산업이 전체 산업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것으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산업 현장을 취재하던 시절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이 같은 호황은 표면적으로는 우리 기업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를 고스란히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기업들이 독점적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구조를 십 수 년에 걸쳐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온 결과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치킨게임에서의 승리다. 반도체 산업 정확히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 대만이 자웅을 겨루는 삼국지 구도였다. 여기에 일부 유럽업체가 가세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10년 전 공급과잉 전략으로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퇴출할 때까지 무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이 벌어졌고, 이 와중에 2009년 독일 키몬다에 이어 2012년 일본 엘피다가 연이어 파산의 길을 걸었다. 일본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으로 인수됐고, 현대전자가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SK에 인수되는 격변이 일었다. 한때 D램에서 20% 점유율을 보였던 난야 테크놀로지로 대표되는 대만 반도체업계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 지난한 과정을 딛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살아남아 현재의 독주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반도체 특유의 선제적 설비 투자에 대한 결단과 미세 공정기술의 초격차 기술개발 전략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반도체 산업이 맛보고 있는 현재의 달디 단 열매는 목숨을 건 치열한 기업전쟁의 전리품인 셈이다.

그렇지만 반도체 산업을 이을 메가트렌드급 후속 산업이 준비돼 있는가를 자문할 때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위상과 비중이 커질수록 이 질문에 답할 시간은 역으로 줄어든다. 반도체 산업 호황은 기본적으로 무한정 지속할 수 없다. 수요 측면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진화로 관련 산업이 팽창,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한동안 급격히 늘어나겠지만, 언제 정체될지 모른다. 공급 측면은 더욱 우려스럽다.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소재의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중국제조 2025'라는 메가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하며 반도체 굴기에 나서진 오래다. 만약 중국이 목표를 성공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으로 우리 반도체 수출의 60%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 품목으로 지목하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도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가 중심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언제 유탄을 맞을지 모른다. 그러기에 경제산업계 일각에서는 나오는 메가트렌드 산업을 위한 국가적 메가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나, 미국의 국가혁신전략, 일본의 일본재흥전략 등 첨단 제조산업 부흥과 육성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혹자는 문 정부 들어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위원회 조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돼 있다는 것이 민간위원들의 전언이다. 4차위는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기업과 시장의 비전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국가적 실행전략을 내놓는 조직이 못 된다. 공유경제의 핵심이라는 카풀앱에 대한 규제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메가트렌드 산업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절박한 고민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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