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계도기간으론 극복 안돼
충격 줄일 보완장치 마련해야"
고용부 "큰 문제 없을것" 일축
충격 줄일 보완장치 마련해야"
고용부 "큰 문제 없을것" 일축
주 52시간 전면 시행
1일부터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무 시대가 열렸다. 과거 세계 최고 노동국가의 불명예를 씻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확산되는 등 사회 전반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주52시간 근무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300인 이상 기업·국가기관·공공기관 등에서 노동자가 한 주간 노동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18세 미만인 연소근로자의 노동시간은 한주에 최대 40시간으로 제한된다. 종업원 수가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 5~49인 사업장에서는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사업주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육상운송업(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 5대 업종은 노동시간을 제한받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52시간 룰에서 제외된다.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제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개월 동안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 3627개를 조사한 결과, 59%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계 특히 중소·중견기업과 IT(정보기술)를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는 자칫 기업의 생존이 위태롭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당정청 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노동시간 단축 계도 기간을 주기로 했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오히려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구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근로여건이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들의 근로자들이 대우가 좋은 대기업 등으로 대거 이탈해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 중소업계 임원은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로 중소기업의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은 오르고 내수는 침체상태인 상황에서 채용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공장 인력을 확충하지 못하는 곳들은 납품에 차질을 빚는 등 경쟁력 약화로 결국 문을 닫게 되는 상황에까지 처할 수 있다"고 절박함을 토로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도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저성장 국면에서,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까지 급격하게 단축되면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한 번에 25%를 줄이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업에 가해질 충격파를 완화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는 최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2주(취업규칙에 의할 경우)는 6개월로, 3개월(노사 간 합의할 경우)는 1년으로 각각 늘려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한 주의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단위기간 내에,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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