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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블록체인 철학에 대한 단상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입력: 2018-05-10 18:00
[2018년 05월 11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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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블록체인 철학에 대한 단상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해킹과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한 암호 알고리즘으로 초신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블록체인이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처음 채굴되면서다. 제네시스 블록에 더 타임즈(The Times)의 구제금융에 관한 머리기사를 수록하여 당시의 금융위기 상황과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고 민간 암호통화를 출시하였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와 정의사회 이념을 담고 있으며, 디지털 세상에서 중앙기관 없이 SW 알고리즘과 ICT 인프라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자율 정치경제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기원전에 제정된 우르남무 법전에 '악덕한 사람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보상' 조항이 있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에도 원시적인 정의가 담겨 있다. 또한, 공자 덕치주의, 맹자 민본주의, 소크라테스 도덕주의, 플라톤 이상주의, 아리스토텔레스 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본질은 자유, 평등, 정의다. 17세기 후반 들어 존 로크(John Locke)는 생명, 자유, 재산을 천부적 자연권이라 주장하고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확립했다. 훗날 영국 명예혁명, 미국 독립혁명, 프랑스 시민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 미국의 수정헌법에도 이 세 가지 권리가 엄격하게 명시돼 있다. 이와 같이 시대가 바뀌어도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시민증을 발급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에 속한다. 이들 국가들의 '노래혁명'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데, 그 핵심은 소련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의 부르짖음이다. 1989년 8월 23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리우스까지 620㎞ 도로에 2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함께 외쳤다. "라이스베스! 브리비바! 바바두스!" 언어는 달랐지만, 이 세 단어는 모두 '자유'를 뜻한다. 결국 발트 3국은 1991년 8월 재독립했고 2018년 현재, 러시아 및 다른 동유럽 국가보다 훨씬 높은 경제성장은 물론 블록체인과 정보통신 강국이다.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 민주주의, 분권, 정의, 사유재산 보장 등의 이념은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자율, 공유경제, 분산, 공정,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블록체인에 반영된 것이다. 즉, 블록체인 철학의 근간인 탈중앙 및 분산화는 1962년 폴 배런(Paul Baran)의 분산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제시됐으며, 블록헤더에 포함돼 거래내역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머클 루트는 1979년 랄프 머클(Ralph Merkle)이 고안해 특허를 낸 것이다. 합의 알고리즘의 원조인 비잔틴 장군의 문제는 1982년 레슬리 램포트(Leslie Lamport)가 모델링했고, 암호학자 아담 백(Adam Back)은 1997년 해시캐시를 제안하고 2002년에 작업증명(POW)을 개발했다. 이 모든 것들이 2009년 비트코인의 탄생에 기여한 것이다.

블록체인이 생존권, 자유권, 재산권의 이념을 지닌 자유지상주의와 정부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기능을 옹호하는 오스트리아학파를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지만, 무정부주의 아나키스트를 추종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John Nash)가 이상적인 돈(Ideal Money)을 역설했지만, 그는 수학자로서 이념보다 암호경제를 연구했을 뿐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철학은 현실 세계에서 인류의 자유와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과 사물의 자율이 암호 알고리즘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언젠가 사물이 수익을 창출해 사람에게 분배하는 시대가 오면 더욱 강력한 정의가 요구되고 오히려 중앙기관이 강화될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찾아 새로운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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