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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대학, 잔치는 끝났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0302102351607002[1].jpg "[디지털산책] 대학, 잔치는 끝났다")
지난 3월 21일 올해 폐교가 결정된 여러 대학들에 대한 사후조치 및 법인 청산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는 폐교 대학의 임직원들의 대책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과거와 같지 않고,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이런 사태가 미리 예고됐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10~20년 내 에 대학이 극적으로 변화하리라 예측한다. 폐교해야할 대학도 늘겠지만, 강의실은 사라지고 교수의 역할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전보다 기술에 초점을 맞춘 역량 중심 교육, 하이브리드 학위, 새로운 개념의 전공 등장 등 지금과는 다른 교육 형태와 환경도 속속 등장할 것이다. 대학성적 증명서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엘론대에서는 해당 학생의 리더십, 봉사, 인턴십, 국내외 연수, 연구 활동 내역을 기록한 '경험 성적 증명서'가 등장했다. 이 증명서는 세계 최대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에서도 자동으로 게재될 수 있다.
현대 학교의 역사에서 산업혁명 이전 교육은 기본 단위가 가족이었고 가정 교육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함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집 밖에서 노동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을 돌볼 곳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합의를 통해 공공학교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들이 주로 가르친 것은 분업화된 제조업 시스템에 적합한 조직 문화, 즉 근면, 정확성, 질서, 위계, 계층 같은 것이었고,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적합한 인성과 전문화된 지식을 육성하는 대량 생산 교육으로 그 틀을 잡게 된다. 이를 어떤 측면에서는 제조업의 발전과 함께 정립이 되었기 때문에 공장식 학교 시스템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그런데, 이제는 공장식 학교 시스템이 종말을 맞이할 때가 됐다. 앞으로 모든 환경은 매우 빨리 변화할 것다. 대량 생산 형식의 칸막이 교육보다 개개인의 특기를 이끌어 내는 교육, 수 많은 다양성이 확보되는 교육,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 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이면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과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비단 고등교육 만의 문제라기보다 교육 전반의 문제이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면 그 변화의 압력을 대학이 가장 빠르게 겪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교육기관이 아니었던 곳들이 새롭게 고등교육 기관을 설립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소수정예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교육하는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 미네르바 스쿨의 성공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사례다. 그 이외의 사례도 많다.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유명한 아이디오에서는 오픈아이디오(openIDEO)라는 비영리조직을 설립하고, 탐구 공동체를 지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잘 정리된 혁신교육의 단계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도전 과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식의 접근 방법을 사용해서 새로운 고등교육 운동을 선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에콜42(Ecole42)가 있다. 에콜42는 2013년 프랑스 통신 재벌 자비에르 니엘(Xavier Niel)이 설립한 스타트업 인재육성 학교다. 운영비 전액을 회장 사재로 출연한 무상 학교로 정보통신 기술 개발자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해 1000명의 스티브 잡스형 컴퓨터 천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학생들이 개발한 프로젝트는 다양한 기업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인재 물색을 위해 기업들이 수시로 학교를 방문한다. 이 밖에도 기업들이 참여한 코세라 캡스톤 프로젝트나 미래 스타트업 리더 양성을 위한 대학들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고등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세찬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는 '교육은 왜 하는가?',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해야 한다. 기존의 교육을 지키는 데 급급하지 말고, 교육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성찰하여 어떻게 지금의 교육을 변화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없애야 할 것을 억지로 지키려 하면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단기적인 폐교 대책보다 보다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대학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기존의 대학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다.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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