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디지털산책] 인간, AI보다 위대한 존재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입력: 2018-03-12 18:00
[2018년 03월 13일자 23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디지털산책] 인간, AI보다 위대한 존재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해 인간을 뛰어넘는 이른바 '특이점'이 2045년경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이 맞다 손치더라도 아직 3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얼마 전부터 부쩍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에 대한 뉴스들이 쏙쏙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위한 의료용으로 개발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2016년 말부터 우리나라의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등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2017년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정용 로봇 셰프가 개발됐다.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셰프의 레시피를 입력해 2000가지 요리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2017년 일본에서는 와가야마현의 라디오 방송에서 인공지능 아나운서가 심야시간대에 일기예보 방송을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2017년 8월 인공지능 로봇이 의사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됐다. 중국 기업 아이플라이테크와 칭화대 연구팀이 공동개발한 인공지능 '샤오이'는 200만 건의 의료기록, 40만 건의 논문을 학습해 국가 의사자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고 의료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연합뉴스는 올림픽 개막과 함께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인공지능 '올림픽봇'을 가동했다. 경기 종료 후 인공지능 로봇이 기사작성을 시작해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2초에 불과하다. 이런 뉴스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공지능과 인간을 비교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거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살짝 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생각하는 기계라는 개념이 나온 건 1930~40년대였고 1956년에 처음 인공지능(AI)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인공지능은 디지털 기반의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컴퓨터와 최근의 인공지능은 작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차이는 인공신경망이라는 혁신기술에서 나온다. 딥러닝이라 불리는 인공지능의 학습법은 인간의 뇌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고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알파고를 설계한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후,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대학교에서 인지신경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뇌 신경망에서 일어나는 기억과 회상의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하사비스가 컴퓨터공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뇌 신경망 연구와 연계하지 않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산하는 인공지능연구에 그쳤다면 그건 그냥 대단한 연산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이 고도로 발전해 인공지능 개발에까지 이르렀지만 정작 인공지능이 모방하고자 했던 두뇌의 신비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주 탄생, 인간 유전체의 비밀마저 대부분 밝혀냈지만 인간 두뇌는 상당 부분 미지의 영역이다. 뇌 과학이 가장 앞선 미국에서는 '브레인 이니셔티브'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4월 브레인 이니셔티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는 수 광년 멀리 은하계도 밝힐 수 있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도 연구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 귀 사이에 존재하는 1.4kg짜리 물체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뇌의 신비를 밝혀내게 되면 인류의 과학 수준은 더 이상 발전이 필요 없는 최절정에 달할지 모른다. 인공지능은 복잡 미묘한 인간 뇌를 모방해 만들어졌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피조물이다. 뒤집어 말하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위대한 존재이며 누구나 인공지능의 모델이 되는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그는 '팡세'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인간은 자연 중에서 가장 연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다. (…) 우주가 그를 무찌른다 해도 인간은 자기를 죽이는 자보다 한층 더 고귀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과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주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발전을 지켜보면서 인공지능의 위력에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위대함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오히려 인간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보다 우월하고 고귀한 존재다. 인간이 전제되지 않는 인공지능은 의미가 없다. 기술문명이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문명일 뿐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바뀌어도 인간의 삶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이미 인간세상이 아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