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디지털산책] AI가 `인간`에게 주는 시사점](http://contents.dt.co.kr/images/201802/20180221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AI가 `인간`에게 주는 시사점")
이에 대해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궁극적으로 정보와 연산이 육체와 혈액이나 탄소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지혜를 대체로 공유한다."('맥스 테크마크의 라이프 3.0'/백우진 옮김/동아시아 제82면 본문 중) 이 말인즉슨 대단히 창의적으로 보이는 활동들(예를 들면 바둑)도 알고 보면 정보를 복잡한 연산 작용으로 처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꼭 탄소 구조로 이뤄진 유기체가 아니라도 '지능'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떤가, 여러분들은 위 주장에 수긍이 가는가? 필자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능은 진화(evolution)의 역사에서 유전자가 생존과 자기복제를 위해 뇌에게 위임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능은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진화시킨 산물이다. 본인인 유전자가 많은 부분들을 대리인인 뇌에게 위임했고, 고등생물은 뇌가 발휘하는 지능을 이용하여 대단히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요컨대 지능은 유기체가 '생존'과 '자기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으므로, 인공지능이 생존과 자기복제를 의도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지능'이라 정의할 수 있을지 극히 의문이다. 이 난점을 회피하기 위해 저자는 '생명'의 개념을 무한 확장코자 한다. 기계가 자신의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것도 생명으로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뚜렷한 근거가 없는 이러한 개념 확장에 동의할 수 없다.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그의 책 말미에서 중요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지능의 미래에 초점을 맞췄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식의 미래다.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식이기 때문이다."(같은 책 제419면) 존재에게 있어 '의미'란 무엇인가. 의미는 '의식'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복잡한 탄소 구조로 이뤄진 유기체의 의식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의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의식의 발현 형태 중 일부인 '감정', '지능'에 대해서조차 우리 인간들은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그래서 자신이 진짜 욕망하는 게 뭔지 모르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오직 철학자들만이 이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논의해왔지만 이제 그들에게만 맡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지능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아니 이미 다가왔는데도 우리는 '지능', '감정' 그리고 '의식', '자아', '존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우리 삶의 '의미'가 무언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 질문들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인류가 쌓아온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같이, 동시에 고민해야만 한다. 우리 세대의 결정이 방향을 자그마하게 틀어도, 미래는 엄청나게 달라지기에.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의문을 가지자. 그리고 질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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