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에서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등을 앞둔 취업준비생들 중 상당수가 명절에도 노량진 고시촌을 떠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들 중 상당수가 눈앞의 시험, 친척들의 질문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고향에 내려가는 것 대신 서울에 남았지만 명절 기간에는 식당들도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렇게 명절에 노량진에 머무르는 사람들 중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고시원에 주거하는 취업준비생이다. 경제적 여유가 조금이라도 더 있는 청년들은 원룸 등 다른 주거형태를 선택한다. 고명도시락은 이렇게 명절에도 노량진 고시원에 남은 청년들에게 고향의 맛을 담은 명절 도시락을 약 100개 만들어 배달하는 행사이다.
민감한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도시락이라 내용과 배달 과정도 남다르다. 행사를 진행한 송학대교회의 박병주 목사는 "힘든 경쟁사회에 내몰린 청년들을 응원하고 싶은데 평범한 도시락은 오히려 청년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도시락을 열기만 해도 응원이 될 수 있을만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내용과 포장에 정성을 담았다. 명절에도 시험 준비에 열중하는 청년을 위해 어머니나 연인이 만드는 도시락을 대신 만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배달 과정에서도 공부에 집중하는 청년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고시원 측과 도움을 얻어 취업준비생들과 직접적인 접촉 없이 공지와 배달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정성과 배려가 담긴 행사 진행에 도시락을 받은 청년들의 반응도 좋았다. 일부 청년은 행사 진행팀의 연락처까지 찾아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고명도시락은 앞으로 고시원에 거주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 도시락을 배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후원한 입시전문업체 맵스터디의 대표는 "고시원은 현시대의 쪽방이다. 주거 형태에 따른 복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서울의 쪽방 거주 인구는 대략 3,2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서울시의 고시원의 수는 5,500개가 넘는다. 고시원마다 30명씩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서울의 고시원 인구는 15만 명, 서울시 인구의 1.5%를 넘는 비율이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주거취약계층의 대표는 쪽방이 아니라 고시원으로 봐야 하는데 사회적 관심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일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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